일반 주택과 건물 등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화조 청소를 해야 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분뇨수거를 둘러싼 비리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분뇨처리 근로자들의 노동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뇨수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실태를 4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부산의 한 정화 청소 업체가 분뇨수거량을 부풀려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CBS·노컷뉴스 2014.07.14, "똥 수거하는 데도 비리?"…'상상초월')
정화 업체의 수거량 부풀리기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 "수거량 조작은 오래된 관행" 정화공들의 폭로 잇따라
부산 사하구의 '사하정화' 분뇨 수거 업체가 수거량을 조작해 불법영업을 한 사실이 CBS 취재로 드러나자, 그동안 업계의 관행에 숨죽여 왔던 일선 정화공들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A구청으로부터 위탁운영을 하는 모 수거업체 소속 정화공 김모 씨의 고백은 지역 분뇨업계의 수거량 부풀리기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 씨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지난해 12월 구청 정화조 청소를 하면서 미리 짜진 수거량을 채우기 위해 인근 아파트에서 미리 분뇨를 수거한 뒤 작업을 시작했다.
분뇨가 이미 가득 찬 차량을 세워놓고서는 구청 정화조에 호스를 꼽고 수거를 하는 시늉만 했다는 것이다.
분뇨를 수거 중인 부산의 한 정화 업체 작업 차량(부산CBS/ 강민정 기자)
김 씨는 "이날 업체가 허투루 작업하면서 255t의 분뇨를 수거했다고 구청에 통보했고, 380만 원의 요금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취재기자가 부산지역 16개 기초단체에서 위탁 운영 중인 정화 업체 소속 정화공들을 일일이 접촉한 결과, 이들은 수거량 부풀리기가 업계에 관행처럼 퍼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B구의 한 정화공은 "아침마다 회사에서 작업량을 지시하는데, 오늘 몇 집을 해라가 아니라 얼마치를 벌어오라고 지시한다"며 "회사가 정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방화용수나 화장실 용수를 분뇨와 섞어 양을 위조했다"고 털어놨다.
C구의 또 다른 정화공은 "매년 정화 청소를 하다 보면 어떤 건물의 분뇨 탱크가 오물이 많은지 적은지 파악된다"며 "특히 아파트나 학교, 은행 등 공공건물 같은 경우는 탱크 용량이 크기 때문에 안에 들어있는 분뇨가 적을 것 같으면, 작업 전 차량에 다른 건물에서 퍼온 분뇨를 채워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 부산 지역 정화업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300억 원 이상 분뇨 수거량 부풀리기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 위탁업체의 수십억 원대 '권리금' 거래도 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전해졌다. (CBS·노컷뉴스 2014.07.15, "분뇨수거 업체 권리금이 10억?")
민주노총 부산본부 옥경열 환경지회장은 "부산 지역의 한 정화업체는 영업권이 32억 원에 거래됐다"며 "업체들은 구청과 수의계약으로 영업기간을 연장하고 있어, 사실상 한 번 허가를 받으면 평생 안정적인 장사가 가능해 보통 10억 원 이상의 권리금이 붙는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 지역 일선 구·군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인 정화업체는 모두 46곳이다.
이중 재래식 화장실의 분뇨를 수거하는 영세 업체를 제외하면, 30개가량의 정화업체가 부산 전역에 묻힌 25만여 개 정화조를 청소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분뇨를 처리하고 거둬들이는 수익은 연간 3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시민들이 코를 막고 시선을 회피하는 사이 정화조 업계의 비리는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