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용기가 러시아에 의해 격추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군용기 격추 사건은 우크라이나 측에서 날아온 포탄으로 국경 지역 러시아 주민이 사상한 사건에 뒤이어 터져 양국 간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 우크라 "수송기, 러' 미사일에 격추" = AFP,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4일(현지시간) 동부 도시 루간스크에서 군인 8명을 태우고 국경지대를 비행하던 정부군 소속 안토노프(AN)-26 수송기 1대가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친러시아계의 분리주의 반군은 수송기 격추가 자신들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럴 가능성을 즉각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격추가 러시아 영토에서 날아든 로켓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발레리 겔레테이 국방장관은 수송기가 6천500m 상공을 날고 있었는데 이는 반군의 무기로는 명중시킬 수 없는 거리라고 지적했다. 반군이 보유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닿을 수 있는 거리는 고도 3천500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수송기가 러시아의 첨단 방공 미사일 '판치르'나 러시아 전투기가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루간스크 지역 반군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은 그러나 수송기 격추가 자신들의 전과라고 주장하면서 반군도 격추에 충분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 이와 관련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송기가 떨어진 곳은 러시아와 접경한 국경지대로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수송기에 모두 8명이 타고 있었으며 반군 소탕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들을 위한 식수와 식료품 등을 실어나르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 국방부를 인용해 탑승자 모두 무사히 탈출했다고 보도했으나 AFP 통신은 자사 기자가 비행기 잔해 속에서 그을린 탑승자의 유해를 봤다고 전했다. 반군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탑승자 4명을 생포해 심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국경 긴장 더욱 고조…"러'군 증강 배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긴장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하루 전에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州)의 한 마을에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포탄이 떨어져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정밀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계자는 이번 격추 사건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주둔 병력을 기존 1천명에서 1만2천명으로 증강 배치한 상태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반군들이 신형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러시아 장교들이 반군 측에서 교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고조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긴장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이 지역 파견 사찰단 규모를 늘리고 무인기를 이용해 국경 지역을 감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OSCE 의장을 맡고 있는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OSCE 사찰단이 우크라이나로 통하는 자국 국경검문소 2곳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