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기대해주세요' 한국인 최초로 전반기 10승을 달성하며 최고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자료사진)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처음으로 전반기 10승을 달성한 류현진(27, LA 다저스). 2014시즌 류현진은 두 자릿수 승수(5패)와 함께 평균자책점(ERA) 3.44를 찍었다.
다승 페이스는 지난 2000년 박찬호(은퇴)의 21경기 10승보다 3경기 빠른 페이스다.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던 지난해도 류현진은 21경기 만에 10승 고지에 올랐다. 14승8패 ERA 3.00을 찍은 지난해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대하는 이유다.
지난해 류현진은 전반기에 18경기 7승3패 ERA 3.09를 올렸다. 116⅔이닝을 책임졌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도 14번이나 작성했다. 올해도 똑같이 18경기에 나섰고, 승수는 많고, 퀄리티스타트는 13번으로 줄었으며 ERA는 조금 올랐다. 이닝수도 104⅔이닝으로 10이닝 이상 적었다.
▲지난해 전반기에 비해 승수↑, 꾸준함↓
개인 승수가 많아진 점은 반갑지만 등판 내용의 편차가 다소 컸다는 점이 '옥에 티'였다. 그러면서 등판 시 팀의 승률도 지난해보다는 조금 떨어졌다. 지난해 전반기 류현진 등판 시 팀은 12승6패를 거뒀지만 올해는 10승8패였다.
지난해 류현진은 승운이 따르지 않았어도 팀 승리에는 적잖게 기여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를 펼친 7경기에서 승리와는 무관했지만 팀은 4승을 챙겼다. 그러나 올해는 퀄리티스타트에도 승패 없이 물러난 3경기에서 팀은 모두 졌다.
불펜과 팀 타선이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기도 했지만 이기는 날은 확실하게 잘 던지고 지는 날은 부진했다는 뜻이다. 두 차례 3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가 눈에 띈다. 류현진은 지난 4월 5일 샌프란시스코와 시즌 홈 개막전에서 2이닝 8피안타 8실점(6자책)으로 데뷔 후 1경기 최다 실점을 세웠다. 지난 9일 디트로이트 원정에서는 2⅓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최다 자책을 찍었다.
지난해 류현진이 5이닝 이상을 채우지 못한 것은 마지막 경기인 9월 30일 콜로라도전 4이닝 2실점이었다. 포스트시즌 대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등판해 더 던지지 않았다. 초반 난타는 없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지난해와 다른 팀 사정이 영향을 미쳤다. 류현진은 올해 3월 애리조나 원정 개막 2연전에 손사래를 친 잭 그레인키 대신 나섰다. 이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부상으로 1선발 역할을 했다. 다소 부담스러운 5일 만의 등판이 꾸준하게 이어져 결국 류현진은 어깨 염증으로 본인도 24일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체인지업 위기? 신무기로 극복"
14일(한국 시각) 샌디에이고와 홈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는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올해 류현진의 전반기에 대해 A-를 줬다. 올해도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할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는 이유였다.
다만 지난해는 A학점이었다. 지난해는 검증되지 않은 빅리그에서 놀랄 만한 데뷔 시즌을 보낸 데 대한 프리미엄이 조금은 붙은 점수이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살짝 평가가 떨어진 것은 앞서 언급한 꾸준함이 떨어진 때문이다.
송 위원은 "올해 류현진도 지난해만큼 잘 해주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맹위를 떨친 체인지업이 다소 읽히기도 했고, 잘 맞아나가더라"고 분석했다. 올해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3할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류현진은 '신무기'를 들고 나서 이를 극복했다. 이른바 커터, 컷 패스트볼이다. 직구처럼 오다 타자 근처에서 꺾이는 구질로 류현진 본인은 빠른 슬라이더라 부른다. 보통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시속 80마일 중반(약 137km)을 넘지 못하지만 커터는 140km 초반까지 구속이 형성된다.
14일 샌디에이고전 10승 달성 때도 이 커터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송 위원은 "샌디에이고 타선이 워낙 약해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조금 더 가다듬는다면 타자를 상대할 때 주효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커브-슬라이더도 더 예리…후반기 반격 기대
'22일 만나요' 류현진은 오는 22일 피츠버그 원정으로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자료사진)
여기에 커브와 슬라이더 위력도 지난해보다 더 갈고 닦아 체인지업을 보충했다는 평가다. 송 위원은 "지난해 사실 커브, 슬라이더는 체인지업을 보완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주무기가 될 정도로 위력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와 다른 상황에 맞춰 진화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올스타 휴식기 이후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후반기 시작 이후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막판 체력적 요인으로 후반기를 7승 5패로 마쳤다. 아쉽게 특급 투수의 보증수표 15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의 경험이 있다. 본인도 체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난해보다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해냈고 신경을 쓰고 있다. 무리다 판단되면 경기 중에도 강판 요청을 보낸다. 지난해와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메이저리그 2년차에 또 변신을 거듭하는 류현진. 지난해 못 이룬 15승은 물론 2000년 박찬호의 한국인 최다승(18승10패)을 경신할지 기대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