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사진=목포해경 제공)
세월호 침몰 사고 인지부터 초기 구조까지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 등 정부의 대응이 총체적인 부실이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정부의 부실 대응이 수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정부기관의 공식 조사결과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긴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은 8일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사고 초동대응과 사고발생 원인, 재난대응 체계 분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감사결과 관할기관인 해경과 해수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16일 해상경비와 관제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해 신속·효과적인 사고대응에 곤란을 초래했다.
우선 해경은 세월호 항로인 내해구역에 원칙적으로 200톤 이상 중형함정을 1일 1척씩 배치해야 하지만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명목으로 중형함정을 모두 동원했다.
이 때문에 지휘·통신장비, 구조인력 등이 부족한 연안경비정인 100톤급의 123정에게 내해 구역까지 확대 경비하도록 지시했고 현장대응에 한계가 발생했다.
세월호 침몰 해역 인근 서망항에 위치한 진도VTS 전경 (사진=이대희 기자)
해수부가 관장하는 진도VTS 역시 사고 당일 오전 8시 50분부터 관제 모니터 상에서 세월호의 표류를 포착할 수 있었지만 모니터링을 소홀히 했고 그 결과 16분 후인 9시 6분에야 목포해경서를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 대응이다. 해경 123정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3분쯤 세월호와의 교신에 실패하자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았고 심지어 세월호가 조난통신망으로 9시 26분부터 28분까지 2차례 호출했지만 이를 청취하지 못했다.
또, 목표해경서 역시 오전 9시 10분쯤 선장과 핸드폰 통화만 2차례 시도하고 조난통신망 등을 통한 직접 교신방안은 전혀 강구하지 않았다.
진도VTS 역시 오전 9시 7분부터 37분까지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해 선내의 긴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도 구조세력 및 구조본부 등에 이를 전달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현장에 출동한 뒤인 오전 9시 30분부터 선체가 90% 침몰한 10시 28분까지의 구조 상황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해경 123정은 오전 9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하고도 당시 현장상황을 보고하지 않다가, 해경본청에서 9시 37분에 상황보고를 지시하자 "갑판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보고했다.
특히, 구조본부와 구조세력이 모두 청취가능한 공용 통신망인 TRS로 상황보고를 한 것으로 이보다도 늦은 9시 43분이었다.
구조기회를 놓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전 9시 48분쯤 구조된 2등 항해사는 선내 승무원과 연락이 가능한 무전기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했다면 선실 진입 없이도 승객퇴선 유도 방송이 가능했지만 해경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해경 구조본부는 선실 내부진입, 승객퇴선 유도 등을 전혀 지시하지 않았고 선체가 100도 이상 전복된 10시 17분에도 "여객선 자체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며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등에 대비하는 재난 대비태세 역시 부처간 밥그릇 싸움 등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감사원은 재난기본법 개정에 따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소방방재청에서 안행부로 이관 됐음에도 부처간 이견으로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조직·인련은 미이관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안행부 실무자들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매뉴얼도 없어 업무분장조차 모른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중대본에 참여했을 정도다.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또, 해수부 공무원들은 장관이 세월호 침몰 사고 2달 전인 지난 2월 해상 선박사고 표준메뉴얼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인천항만청이 청해진해운측의 조작된 자료만 믿고 세월호 증축을 인가하는가 하면 한국선급 역시 허술하게 선박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여기다 인천해양경찰서 직원 3명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승인 업무를 하면서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교통편의와 식대, 주류, 관광 등 향응을 수수한 사실 역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 소속 관련자 40여명에 대한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