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아 고려인(옛 소련 지역 거주 한인) 동포가 추진하는 러시아-남북한 종주 자동차 랠리 행사 참가팀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떠나 약 한 달 반 동안의 대장정에 올랐다.
랠리 팀은 한인들의 러시아 이주 경로를 거슬러 러시아~중아아시아~남북한을 종주하는 약 1만5천km의 노선을 내달릴 예정이다.
랠리 팀 출발에 앞서 전(全)러시아고려인연합회(OOK)가 입주해 있는 모스크바 남쪽 '롯데 비즈니스 센터'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는 러시아 측에서 이고리 슬류냐예프 지역개발부 장관(150주년 기념행사 조직위원회 위원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외무부 아주국 부국장, 조 바실리 OOK 회장, 한국 측에서 이석배 주러 대사관 공사, 북한 측에서 강성호 주러 대사관 공사참사 등이 참석했다. 고려인 동포들과 한국 교민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슬류냐예프 장관은 축사에서 "150년 전인 1864년 16가구가 처음으로 러시아로 이주한 뒤 그 수가 크게 늘어난 한인들은 러시아 역사 여러 분야에서 큰 흔적을 남겼다"며 "한인 이주 15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한과 러시아 3국에서 자동차 랠리 행사가 이뤄지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북한 대사관의 강 공사참사는 "이번 자동차 행진이 조상의 뿌리를 찾아 고국으로 가보려는 재러 조선인들의 절절한 희망을 실현하는 동시에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행진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고 설명했다.
강 공사참사는 뒤이어 열린 연회에선 "자동차 행진이 남북한 간 긴장완화와 화해·협력, 상호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대사관의 이 공사는 "고려인 동포들은 자동차 랠리 행사를 통해 자유, 평화, 통일을 희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면서 "고려인 동포들의 염원에 부응하여 우리 모두가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향해 마음을 모아 가자"고 호소했다.
축하 행사에 뒤이어 랠리 팀에 속한 23명의 고려인들이 7대의 러시아제 지프 자동차 등에 나눠 타고 행사장을 떠났다. 슬류냐예프 장관이 깃발을 들어 올려 출발 신호를 보내자 자동차 행렬이 힘차게 출발했다.
랠리 팀은 러시아 내 주요 도시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등의 노선을 따라 한인들의 러시아 이주 경로를 거슬러 달린 뒤 8월 초순 북한으로 들어가 8월 15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부산까지 종주할 계획이다. 러시아 내 다른 도시와 중앙아 구간에서 랠리 참가자들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랠리 팀의 MDL 통과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0주년 기념행사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인 바실리 OOK 회장은 "북한이 최근 MDL 통과를 구두 승인한 데 이어 오늘 북한 대사관 고위인사가 공식적으로 이를 거듭 확인했다"며 "MDL 통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남북한 종주 자동차 랠리 계획은 그동안 랠리 팀에 입국을 허가한 북한이 MDL 통과에 대해서는 승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북한이 주러 대사관을 통해 러시아 외무부에 MDL 통과를 허가한다는 공식 구두 통보를 해오면서 남북 종주 랠리가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이미 랠리 팀의 입국 및 MDL 통과를 승인한 상태다.
주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남북한 간에 MDL 통과를 위한 실무 협의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MDL 통과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