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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강연 나선 시진핑 中주석, "중국, 평화의 대국 될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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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지지…평화롭고 자주적인 통일 돼야"

방한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4일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고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전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학생 500여명과 교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오랜 역사 속에서 발전해 온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언급하며 '평화'를 통한 한·중 동반자 관계와 아시아의 발전을 강조했다.

4일 오전 9시쯤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앞.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서울대 학생들은 기대감에 가득찬 얼굴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날 시 주석의 강연은 중국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대학에서 이뤄진 강연이었다.

인문계열 1학년 박부송(19·여) 씨는 "이번 방학기간 동안 중국 북경사범대를 찾아 교육을 받는데 그 전에 시 주석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한·중 관계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 생각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 3학년 김한나(22·여) 씨도 "한·중 관계가 이만큼 좋았던 적도 없었다고 들었다. 이번에 시 주석이 방문하는 것이 (양국 관계에) 좋은 기회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도 아닌 대학교에서 강연을 한다는 것이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려는 시도라고 생각돼 기대가 많이 된다"고 들뜬 표정으로 설명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대 강연을 환영하는 플랜카드를 제작했다. (사진=박초롱 기자)

 

시 주석 방문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고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를 따라 왔다는 중국인 왕지엔바오(26) 씨는 "어제 밤에 뉴스를 보고 시진핑 주석이 온다는 것을 알고 좋아서 왔다"며 직접 만든 환영 플래카드를 들어보였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강연장 안으로 시 주석이 들어서자,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시 주석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시 주석은 마련된 단상 위에 올라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고개를 잠시 숙이며 화답했다.

시 주석이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따지아 하오"라고 말하자, 청중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시 주석은 "역사상 위험한 상황이 올때마다 한·중 양국은 항상 서로 도우며 함께 극복했다"면서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양국 모두 큰 고난을 겪었지만 생사를 바쳐 서로 도왔다"고 역사 속 한·중 관계를 회고했다.

이어 "이미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문화적 동반자, 해외 투자 대상국, 해외 유학·여행지가 됐고, 한국 역시 중국의 좋은 투자협력 대상국 중 하나"라며 "한·중이 전략적 협력자가 돼 양국 관계에 있어 가장 좋은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양국 관계를 평가했다.

시 주석은 "다시 누각을 한층 더 오르는 좋은 한·중 관계는 더욱 높은 층까지 올라와 있다"면서 "양국 국민이 국제 질서의 새 정세를 맞이해 공동 발전하는 동반자, 지역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아시아의 넓은 대륙과 바다가 우리 협력의 새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발전'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시선을 언급하며 중국이 생각하는 발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일각에서는 중국이 발전하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중국을 아주 무서운 악마로 표현한다"며 "이 생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생각하는 대국'의 모습에 대해 '평화의 대국', '혁명을 추진하는 대국', '배우는 대국'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일관되게 평화와 화목을 추구하는 대국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나라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방 전략을 토대로 서로를 지지하고 공동발전을 실현해 아시아와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겸손은 사람을 진보하게, 교만은 퇴보하게 한다"며 포용적인 자세로 경청하고 인류가 창출한 성과를 배워서 발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한·중 비지니스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주붕우(先做朋友) 후주생의(後做生意)(사업을 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라는 연설을 회고하면서 이에 공감했다.

이어 "남에게 손해를 미쳐서 내가 이득을 얻으려 하기 보다 의(義)와 리(利)의 관계를 잘 다뤄야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한반도의 핵무기 존재를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인 대화와 접촉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안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척끼리 잘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웃(한·중)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최종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강연을 마무리한 시 주석은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청중들 역시 박수로 화답했다. 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한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4일 오전 서울대에서 강연을 마친 후 오연천 총장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시 주석은 서울대에 선물로 도서·영상 자료 1만 권을 기증하고 내년 서울대 학생을 중국 내 대학교 여름캠프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대는 시 주석에게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김병종 교수가 그린 서울대 겨울풍경 그림을 선물했다.

강연이 끝난 뒤 중국인 유학생 주경(24·여) 씨는 "중국에서도 볼 기회가 없었던 시 주석을 한국에서 봐서 신기하고 설레었다"면서 "양국 관계에 대해 알게됐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 4학년 박지훈(25) 씨는 "중국이 우호적인 대국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한 점,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얼마전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들고 나왔는데 시 주석이 '평화'를 강조하면서 일본을 비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재료공학부 3학년 허성은(20) 씨는 "강연이 짧아 그런지 중국식 사회주의와 평화에 대한 구상을 말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려워 아쉬웠다"면서도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와 평화를 우선 주창한다는 부분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원 국제학과 유인선(24·여) 씨는 "전략적 동반자에 대한 강조라든지, '중국=위협'이란 인식에 대해 아시아에서의 평화·협력을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강연을 마친 뒤 서울 모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국빈오찬을 갖고 양국 기업인 450여명이 참가하는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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