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30일(현지시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솔직히 역사에 대해 겸손해질 필요가 있으며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사에 대사는 이날 미국 진보센터(CAP)에서 열린 '진화하는 미·일관계' 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 "한·일관계가 개선될 희망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고위 외교관이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과 태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개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사에 대사는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도 "현재와 미래의 도전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한·일 양쪽이 서로 다른 우선순위의 문제를 얘기한다면 균형된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사에는 좋은 시기도 있고, 나쁜 시기도 있다"며 "우리는 양국의 과거사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사사에 대사는 일본 정부가 1일 각의을 통해 집단자위권 추진을 공식 의결하는데 대해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특히 평화헌법 자체를 바꾸려는게 아니라 중국과 한국, 북한, 러시아, 미국, 유럽 등 모든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석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비정상적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미래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극우 또는 군국주의로 나아가려는게 아니라 온건하고 중립적 위치에서 제한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사에 대사는 북한 핵문제가 장기 교착상태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북한이 계속 핵 개발을 고수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타협을 하거나 아니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사에 대사는 "연말 이전에 진실의 순간이 올 것"이라며 "북한과 심각한 대결국면에 돌입하지 않도록 관련국들 사이에 비공식 대화가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