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작전지역에서 임모 병장을 태운 구급 호송차량이 헬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성호 기자)
강원도 고성 GOP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모(22) 병장 측이 변호사를 3명이나 고용해 군 당국의 수사에 대응하고 있어 향후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 측이 현재 변호사를 3명 고용해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현재 임 병장은 구체적인 범행동기 등을 진술하지 않은 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초 군 당국은 지난 23일 오후 임 병장이 체포조와 대치하고 있는 당시만 해도 임 병장을 체포한 뒤 구속수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 병장이 소지하고 있던 K-2 소총으로 자신의 왼쪽가슴과 어깨사이를 쏴 자살을 시도하면서 부상을 입었고 곧바로 임 병장을 체포했지만 우선적으로 치료에 신경을 써야했다.
이후 임 병장이 수술을 받고 회복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강릉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구속영장 발부가 힘든 상황이다. 임 병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다 임 병장 측이 변호사를 3명이나 고용해 조직적으로 군 당국의 수사에 대응하고 나서면서 현재 수사를 맡고있는 육군 중앙조사단은 오히려 변호인단에 수사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은 현재 불구속상태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변호인단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데다 임 병장이 묵비권까지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부상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임 병장에 대한 수사가 좀 늦어지더라도 진실은 밝혀지게 될 것"이라며 수사에 자신감을 표시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임 병장 측이 동료 장병들의 집단 따돌림 등을 범행 동기로 강하게 내세울 경우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가해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총기 사건을 살펴보면 대체로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 측이 범행동기로 부대 내 집단 따돌림이나 가혹행위 등을 내세우면서 희생자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유족들이 두 번 상처받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 병장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자살 시도 직전 작성한 메모 내용이 조금씩 공개되면서 집단 따돌림이 범행 동기라는 추론들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집단 따돌림이 군에 존재한다"며 동료 장병들의 집단따돌림이 이번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국 김 장관은 이틀 뒤인 27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본의 아니게 '집단 따돌림'이 사고의 동기가 된 것처럼 오해를 야기하여 유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