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이라크 사태와 테러리즘에 사로잡혀 러시아와 중국 등 가장 강력한 적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의 종말' 저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문을 싣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전략이 잘못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육군사관학교에서 밝힌 외교정책은 틀렸다"며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은 테러가 아닌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북부를 장악한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결국 자멸하겠지만, 미국의 동맹국들은 현재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최근 외교 현안을 짚으며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냉전 후 유지되던 유럽지역 질서를 흔들어놨고, 중국은 영토 분쟁을 거듭하며 동아시아의 지배적인 세력이 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군사동맹의 부활과 다자간 논의의 장 형성이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사교단체가 아니라 진정한 군사동맹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중국과는 다자간 논의 구조를 만들어 중국의 이웃국가가 일대일로 중국과 협상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는 잘못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전임자(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가 저지른 실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게다가 리비아와 이집트에 대해서는 주의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이상할 정도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부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초강경 보수파(네오콘)의 극단적인 정책도, 고립주의자들의 정책도 잘못됐다며 "진짜 전략은 이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후쿠야마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