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내정자. 윤성호기자
수입료 과다문제로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총리 내정자도 기로에 서게 됐다.
청와대는 문 내정자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문 내정자를 보호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지고 있다.
발단은 문 내정자가 11일 출근하면서 책임총리에 대해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KBS를 통해 보도된 교회 강연 내용이었다.
문 내정자는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던 교회 강연에서 '일본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남북분단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내정자는 이 외에도 우리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우리 군경에 의한 양민학살로 결론난 4.3 민주항쟁과 관련해서도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올해 4월쯤 서울대 강연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필요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이 더해졌다.
문창극 내정자발언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는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 내정자 낙마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초 12일 오전쯤으로 예상됐던 개각.청와개 개편 발표는 불확실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문 내정자에 대한 보도와 인사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민 대변인도 "어제 상황에 대해서는 다 파악을 하고 여론의 추이도 보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가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계속 유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큰일이다"는 등의 우려섞인 반응이 나왔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문 내정자를 감싸주기 힘들다며 본인의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문헌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문 내정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본인 역사인식과 사관에 대한 솔직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청문회 절차도 있지만 그 절차 통과되더라도 이러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국정운영 앞날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서울시당 위원장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종교적 관점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대단히 충격받았을 것"이라며 "일제 침략 정당화하는 식민사관 그대로 옹호하고 미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은 이날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듣기에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 나왔으니 변명할 수 없는 일이고 다소 문제 있는 발언"이라며 "뭔가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겠지"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내정자는 자신의 강연 내용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음을 밝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문 내정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알려진 발언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게 있나"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문 내정자가 결국 자신의 발언으로 낙마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해 지고 있다.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문 내정자도 낙하하면 박 대통령과 여권에는 거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전에 내각.청와대 개편 관련 인사 발표를 완료하려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청와대 개편에서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던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크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