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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기림비…韓日 민간 외교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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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0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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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레터]

미국 정부청사에 처음으로 세워진 버지니아주 위안부 기림비

 

지난달 30일은 미주 한인 동포들에게 참 뜻깊은 날이었다. 세계 정치의 한복판인 워싱턴DC 인근에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고 오는 7월 발효되는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 동해병기 입법 축하연이 동시에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 워싱턴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접했던 동해병기와 위안부 기림비의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외국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들 모두 풀뿌리 운동으로 이룬 한인들의 승리, 교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합해져 이룬 성과인게 분명하다.

위안부 기림비만해도 그렇다. 미국내에서 7번째 기림비이자 미 수도권에 들어서는 첫 기림비, 특히 정부청사 안에 세워지는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추진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측의 반발이 뻔히 예상됐기 때문에 모두가 알아도 모르는 척 비공개로 진행됐다.

실제 기림비 제막 직전 일본의 조직적인 항의와 반발은 거셌다. 기림비 부지를 내준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에 항의가 잇따르고 온라인 상에서는 반대 서명이 추진됐다. 제막식 당일 보안 요원들이 행여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경계를 서기도 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타임스는 미묘한 시점에 기림비가 세워진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동해병기 역시 참 어려운 일이었다. 버지니아주 모든 공립학교의 교과서와 지도에 동해와 일본해가 동시에 표기되는 등 파장이 큰 만큼 일본의 저지 로비는 상상을 뛰어 넘었다. 로비스트를 동원한 로비에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를 포함한 정치인들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동해병기 법안은 여러차례 좌초될 위기를 맞았었다.
지난 2월6일 동해병기 법안이 버지니아 하원을 통과한 뒤 마크 김, 팀 휴고 하원의원과 피터 김 회장 등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 험난한 과정을 뚫고 동해병기 법안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은 한인 동포들의 한결같은 응원과 참여 때문이다. 주 의회 의사당 방청석을 꽉 메운 한인 노인들. 이른 새벽 먼 길을 달려와 법안 통과에 힘을 보탰던 그들의 마음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두가지 승리는 미국내 한인들의 정치적 신장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정치에서 로비보다 유권자의 한표가 더 중요하고 한인들도 함께 힘을 모으면 못해낼 일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위안부 기림비 건립 처럼 한일간의 문제가 아닌, 전쟁중 성폭력과 인권 유린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며 미국 사회의 이해를 이끌어냈던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분명 한인 사회의 외교적 승리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위안부 기림비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폭력성과 과거사 인식의 수준을 알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게 해야 한다. 동해병기 법안은 최종적으로 미국 연방 정부, 나아가 국제수로기구의 입장을 바꿔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일본의 한층 더 조직화되고 강력한 저항과 반대가 있을 것이다. 자칫 한인 사회의 단결된 모습에 경계심과 부정적 여론도 제기될 수 있다.

동해병기와 위안부 기림비...모두 한일 민간 외교전의 승리로 스스로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축하 못지 않게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법안 통과와 기림비 제막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알리고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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