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기중기 해고 노동자들이 철탑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2일 새벽 2시쯤 여수 기중기 해고 노동자 2명이 여수 석창사거리에 있는 30미터 높이의 철탑에 올라 비닐과 철판으로 임시 천막을 쳤다.
철탑은 35만 볼트가 넘는 전류가 흐르고 있고, 가뜩이나 비까지 내려 자칫 감전 등이 연출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여수소방서는 추락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충격 방지를 위한 에어메트를 철탑 아래 설치했다.
오전 11시 철탑 아래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성수 통합진보당 전라남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같은 당 김상일 여수시장 후보와 유현주 광양시장 후보 등 4일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함께 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와 전남동부지역 기중기지회, 민주노총 전남본부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2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억울한 현실을 알림으로써 해고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결사의 각오로 송전탑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어 "기중기 임대사들이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지 말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노조와 정상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남동부지역 기중기지회는 지난해 10월 결성됐다. 10여 개 사업주들에게 8시간 노동과 일요휴무, 고용 보장 등을 놓고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A 기중기 사는 지난해 12월 노조 간부 3명을 해고했다. 이어 B 사 등 2곳은 지난 3월 말 직장폐쇄와 함께 조합원 24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하고 10명을 실제 해고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따른 임금체불도 지난 3개월여 동안 1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같은 주장을 알리기 위해 그동안 108배와 3보 1배, 시청 앞 천막농성과 거리 집회 등을 이어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등에 밀려 주목을 끌지 못하자 '철탑고공농성'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