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京都)대 출신 의사가 옛 일본군 731부대 연구진의 주축이었음을 시사하는 전시물을 학교 측이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올해 2월 문을 연 교토대 의학부 자료관의 전시물 가운데 731부대를 주제로 설명하는 패널 2장이 개관 직후 철거됐다고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철거된 자료는 2008년 발간된 '교토대 의학부 병리학교실 100년사'의 내용을 인용해 교토대 출신인 이시이 시로(石井四郞 1982-1959) 중장 등에 의한 731부대 창설 과정 등을 언급한 것이다.
교토신문은 해당 전시물이 731부대장인 이시이 중장 등 교토대 의학부 출신자가 731부대에 관여했다는 것을 문헌을 제시해 설명하고 이 부대가 시작되는 동력을 제공한 교토대 의학부로서도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자료관 담당자는 패널이 전시물 교체의 목적으로 2월에 철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유자가 반환을 요청한 의료 기구 외에 다른 전시물이 거의 철거·교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731부대에 관한 자료를 치운 것은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려는 시도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사의 전쟁 책임을 생각하자는 운동을 벌이는 가키타 사치코 교토부보험의협회 이사장은 "731부대의 검증에 관해 의학계 일부에서 소극적인 목소리가 강하다. 철거 경위가 불투명한데 사실을 은폐할 의도가 있는 게 아니겠냐"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교토대 의학부 병리학교실 100년사에서 731부대 관련 내용을 집필한 스기야마 다케토시(杉山武敏) 전 교토대 교수는 "냉정하게 과장도 은폐도 없이 교토대 의학부가 전쟁에 협력한 역사로서 기술했다"며 "철거된 사실을 듣지 못해 의견 표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니시야마 가쓰오(西山勝夫) 시가(滋賀)대 의대 명예교수가 2012년 펴낸 '731부대 관계자 등의 교토대학 의학부 박사 논문의 검증'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731부대 관계자 최소 23명이 1960년까지 교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731부대는 2차 대전 중에 중국에 하얼빈 교외에 주둔했으며 세균전에 대비해 전쟁 포로 등을 상대로 바이러스, 독가스 등에 관한 잔혹한 실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