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때 현장 근무자 대부분이 책임자의 명령을 어기고 탈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동일본대지진 발생 4일 후인 2011년 3월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현장에 있던 근무자 90%에 해당하는 약 650명이 구내에 머무르라는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2013년 사망) 소장의 지시를 위반하고 약 10㎞ 떨어진 후쿠시마 제2원전으로 이동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조사에 요시다 소장이 답변한 내용을 답은 청취결과서(일명 요시다 조서)에서 이런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당일 오전 6시 15분께 제1원전 2호기에서 충격음이 났고 원자로 압력제어실의 압력이 '제로'가 됐다는 보고가 현장의 긴급시대책회의실에 전달됐다.
아사히는 당시 현장에 2호기 격납용기가 파손돼 발전소원 약 720명이 대량 피폭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았지만 긴급시대책회의실의 방사선량이 거의 상승하지 않았고 격납용기가 파손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요시다 소장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요시다 씨는 오전 6시 42분께 방사선량이 높은 곳을 일시적으로 피하되 바로 현장에 돌아갈 수 있는 제1원전 구내에 대기하라고 사내 TV 방송으로 근무자들에게 명령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발전소원 누군가가 면진중요동(免震重要棟·원전 통제시설) 앞에 준비된 버스에서 운전사에게 제2발전소로 가라고 지시해 7시께 버스가 출발했고 자가용 차를 이용해 탈출한 이들도 있었다고 요시다 소장은 진술했다. 여기에는 사고 대응을 지시해야 할 과장급 사원(그룹 매니저)도 포함됐다.
지진으로 도로가 훼손됐고 제2원전에 출입할 때는 방호복이나 마스크를 입고 벗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제1원전에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90%의 직원이 결국 즉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있었던 셈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요시다 소장은 조사에서 "당시 나는 2F(제2원전)에 가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제1원전에 남은 것은 요시다 소장을 비롯해 69명뿐이었고 제2원전으로 이동한 근무자가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에 제1원전 2호기에서 흰 증기 형태의 물질이 분출했고 4호기에서 화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이 2012년에 공개한 영상에 긴급시대책회의실에 모인 많은 직원이 요시다 소장의 명령을 듣는 장면이 있었으나 도쿄전력이 "녹음은 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지시 내용이 그간 알려지지 않았으며 관련 자료를 공개해 사실을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시 사고 수습을 해야 할 중간 관리자와 현장 직원이 소장의 지휘를 무시했고 이 때문에 원전 사고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