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해체…직원들 충격 속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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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공식 사과하고 해경 해체 등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방안 등을 발표했다. 윤성호기자

 

해양경찰이 말그대로 충격에 휩싸였다. 개혁적 조치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출범 61년 만에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해경청 본청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해양경찰관들은 TV로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해경 해체 방침이 발표되자 탄식을 내뱉으며 충격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경찰관은 앞으로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해체될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도 TV 뉴스에서 해경 해체 소식이 계속 보도되자 고개를 떨군 채 서로 말없이 식사를 하는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간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큰 폭의 조직 개편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해체까지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뼈를 깎는 고통을 딛고 국민 성원에 부응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려 했는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해경청이 해체되고 국가안전처 소속으로 가면 경찰이라는 명칭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는데 경찰공무원 신분에도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불만 섞인 일부 의견과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한 경찰관은 "이런 식으로 정부 조직을 해체하면 국가 조직이 남아나겠느냐"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통렬한 반성을 통해 제대로 고쳐나갈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 됐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나 많은 경찰관들은 "조직이 해체되더라도 해상 치안유지와 해양구조 업무 기능 자체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크게 동요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해양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외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해난사고 구조업무 등 300여 척의 경비함정을 운용하는 해경의 업무를 다른 기관이 대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직 축소는 불가피하겠지만 해경의 역할과 기능은 어느 정도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은 이날 진도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실종자 가족들께 약속드린 대로 마지막 실종자를 찾는 순간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말씀드린다"고 말하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경은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다.

창설 초기에는 해양경비, 어로 보호 기능을 주로 담당했지만 지금은 해상범죄 수사, 해상교통 안전, 수상레저, 해양오염 방지 등 업무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해경청은 본청 산하에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4개 지방해양경찰청, 17개 해양경찰서,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부산 정비창이 설치돼 있다.

해경 인력은 전국에 1만1천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1천억원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정부 부처 17개 외청 중 인력과 예산 규모가 4위일 정도로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초기 부실한 초동 대응과 수색 작업 등으로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가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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