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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탈출지시 5번 넘게 묵살…禍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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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찍은 세월호 침몰 사진. (해경 제공)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에서 5번 이상의 퇴선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결과 나타났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이준석 선장 등은 이런 요청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되풀이하도록 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낳았다.

15일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사고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 8분 정도가 지난 16일 오전 9시쯤 제주 VTS는 세월호 조타실에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도 모르니까 준비해 주십시오"라고 지시했다.

세월호가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고 인식한 제주VTS에서 세월호에 최초로 '탈출 준비를 하라'고 알린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 선장 등은 이런 요청을 묵살하고 매니저 강모 씨가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게 했다.

13분이 지난 9시 13분에 주변에 있던 유조선 둘라에이스호가 구조를 위해 세월호 쪽으로 다가오면서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조하겠습니다"라고 알렸지만 역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9시 21분과 23분 쯤 연이어 진도VTS와 둘라에이스호로부터 "둘라에이스호가 대기 중에 있습니다",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가 (승객들이) 탈출하면 인명구조 하겠습니다"라고 교신을 했다.

그러나 이때도 구명뗏목이나 슈터(승객들이 바다로 퇴선하는 미끄럼틀 장비) 등 구호장비를 바다에 투하하거나 승객을 대피시킨 사람을 아무도 없었다.

1분 후에는 진도VTS가 경비정이 15분 후 도착한다는 사실과 함께 "최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바랍니다",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다급하게 지시했지만 역시 세월호 선원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진도VTS는 다시 1분 후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시키세요"라며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이 선장은 승객탈출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내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안전한 선실에서 기다리라"는 방송이 시고 이후 1시간 가량이나 되풀이 됐다.

더욱이 탈출한 선원 15명은 매니저 강 씨에게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내보내도록 지시하고 9시 36분과 9시 48분에 각각 해경 경비정으로 유유히 몸을 실었다.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안에서 탈출방송이 나온 것은 10시 15분쯤이다. 따라서 이들이 탈출하면서 바로 승객들의 탈출이 이뤄지도록 방송을 하도록 했어도 희생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한편, 합수부는 이날 선장 이 씨와 1등 항해사 강모 씨, 2등 항해사 김모 씨, 기관장 박모 씨 등 4명을 살인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탈출에 성공한 나머지 선원 11명은 유기치사, 유기치상,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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