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1995년 1월 6천400여 명이 희생된 한신(阪神)대지진(고베대지진)을 계기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희생자 가족은 물론 구조 활동에 나선 경찰, 소방, 자위대원까지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충격 등으로 불면, 우울증 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후 2005년 4월 승객 106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한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 JR 열차탈선 사고와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도 '참사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사회에 각인시켰다.
동일본대지진의 경우 2013년 5월 장기 건강조사에 응한 피해지역 6곳의 성인 3천774명을 도호쿠(東北)대학이 분석한 결과, 5%에서 PTSD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아마가사키 열차 탈선사고 때는 부상자의 40% 이상에서 PTSD 증상이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동일본대지진 발생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실시된 일본 소방청 조사에서는 구조 활동 등에 참여한 소방대원의 20%가 PTSD 발병 '위험군'으로 분석됐다.
지진 피해 복구 작업 등을 벌이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우울증 등으로 1개월 이상 장기 휴직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희생자 유족, 행방불명자 가족, 구조대원 등이 겪는 불면, 우울증, 상실감, 공황장애, 공포증 등 `참사 스트레스'를 오래 방치하면 PTSD로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대지진 참사 이후 대형 재난 사고시의 참사 트라우마 예방·치료 등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때 초동 응급 의료가 늦었던 데다, 지자체 별로 사전 준비 없이 현장에 파견된 여러 의료 단체들의 활동이 체계없이 제각각으로 이루어지는 등 비효율적이었다는 반성에서다.
구체적으로 후생노동성은 올 1월 재난피해 주민들의 참사 트라우마 치료와 발병 예방 등을 지원하는 전문 조직인 '재해파견정신의료팀'(DPAT) 활동 지침을 마련했다.
DPAT는 'Disaster Psychiatric Assistance Team'의 약자로, 정신과 의사, 간호사, 보건사, 임상심리사, 사무직원 등으로 광역 지자체별로 구성된다.
재난이 발생한 지자체의 요청이 있으면 DPAT 선발대가 72시간 내에 참사 현장에 들어가게 되며, 지자체 재해대책본부의 지휘를 받으며 활동한다.
활동 기간은 1주일(이동일 2일 포함)이나 필요시 교대를 하면서 수개월간까지 활동할 수 있다.
DPAT 파견 요청과 실제 파견 등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체제로, 지진 등 자연재해뿐 아니라 항공기, 열차사고, 범죄사건 등에도 DPAT가 가동된다. DPAT는 3월 현재 13개 지자체에 설치돼 있다.
일본에서는 이와 함께 대형 재난 참사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마음치료센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DPAT가 재난 발생 직후의 초동 응급 대응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마음치료센터는 재난 발생 후의 중장기적인 참사 트라우마 예방, 조기 발견, PTSD 치료를 맡는 지역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음치료센터는 1995년 한신대지진을 계기로 효고(兵庫)현에 처음 설립된 이후,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2004년 10월 니가타(新潟)지진 때는 니가타현에, 동일본대지진 때는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현에도 설치됐다.
이들 센터는 피해 주민 진료, 방문 상담 외에도 PTSD 등에 대한 조사연구, 인재 육성, 정보 수집, 연수 교류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