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향이 물씬 풍기는 복수극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존재가 부상하고 있다.
KBS 2TV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골든크로스', SBS '쓰리데이즈', '닥터이방인'은 선 굵은 남성드라마라는 공통점 외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본격화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아들의 복수, 이와 더불어 펼쳐지는 사랑이 주된 스토리다.
'감격시대' 속 신정태(김현중)는 아버지(최재성)의 죽음을 계기로 신의주에서 상하이로 넘어가 투신이 된다. '쓰리데이즈' 첫 장면은 한태경(박유천)의 아버지 한기준(이대연)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인 암투가 기본 줄거리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골든크로스' 주인공 강도윤(김강우)은 여동생 강하윤(서민지)을 죽인 범인으로 몰린 아버지 강주완(이대연)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강주완은 구치소 안에서 살해 위협을 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예고에서는 강도윤이 "30분만 버텨달라"고 애원할 만큼 위독한 것으로 그려지면서 강도윤의 복수 열전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닥터이방인' 역시 주인공 박훈(이종석)의 아버지 박철(김상중)의 존재가 초반 이야기를 이끌었다. 박철이 박훈을 데리고 북한에 가서 김일성의 심장수술을 집도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뀌었고, 박철의 죽음으로 박훈은 탈북을 꿈꾸게 됐다.
박철 부자를 북으로 보낸 후 홀로 영웅이 되기 위해 처단을 명령했던 장석주(천호진)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박훈이 천재적인 실력으로 장석주의 수술을 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버지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극중 어머니의 죽음은 가족적인 느낌, 아버지의 죽음은 사회적인 느낌이 강하다"며 "최근 드라마 장르물에 복수, 스릴러적인 장치가 들어가고 있는데, 사회적인 부분을 접목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중문화 칼럼리스트 하재근 씨도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겪는 상처와 갈등은 극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