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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생존자가 전하는 '침몰 7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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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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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급격히 기우는데 "자리 지켜라" 안내방송

세월호 참사로 260여 명이 숨지고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에서 30여 명의 실종자를 찾는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도대체 선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CBS노컷뉴스는 세월호에 탔다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 이중재(60) 씨를 만나 침몰 순간 급박했던 75분의 얘길 들었다.

"갑자기 배가 요동치면서 왼쪽으로 기울더라고요. 처음부터 배가 40도 정도 기운 것 같았어요"

오전 8시 45분쯤. 세월호 선내 3층 객실 안에서 쉬고 있던 이 씨는 배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했다. 갑자기 배가 요동치면서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키기조차 어려웠다. 객실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3층 로비에 나가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왼쪽으로 기울면서 여닫이문에 중력이 더해져 문을 열기란 쉽지 않았다. 몇 차례 시도 후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틈이 생겼다.

몸을 틈새로 밀어 넣으며 3층 로비로 나왔다.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몇몇 사람들은 3층 난간 쪽으로 빠져나가 바다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달라"는 방송을 들으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내에 물은 없었고 배가 침몰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씨는 직감적으로 언제든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빠져나가야겠다고 판단했다. 배가 점점 기우는 것 같아 불안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객실 앞에 있던 이 씨는 3층 중앙 로비로 기어갔다. 로비를 지나면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는 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 씨보다 앞서 난간으로 나가려던 한 승객이 편의점 쪽으로 몸이 쏠리면서 문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렸다.

이 와중에도 스피커에서는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차례 여기저기 부딪힌 끝에 이 씨는 중앙 로비에 도착했지만,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점점 기울기가 가팔라지면서 움직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40여 분이 흐른 오전 9시 30분쯤. 배가 점점 더 기울어지며 선내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혼란 상태였다.

이 씨는 "사람들이 미끄러지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로 날아다녔다"며 "그 과정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머리와 허리 등을 다친 사람들이 속출했다"고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물이 차오르면서 3층 난간 쪽 탈출구는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당황한 이 씨는 주위를 둘러봤다. 학생들이 4층 난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탈출구는 그곳 뿐이었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편의점 문을 고정해줄 용기 있는 사람이 절실했다.

순간 여성 승무원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슈퍼우먼 같았다. 구명동도 입지 않은 여승무원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수십 명을 돌보고 있었다. 이 여승무원이 바로 끝까지 살신성인 정신을 보여준 고(故) 박지영(22) 씨다.

이 씨는 박지영 씨가 편의점 문을 고정해준 덕분에 4층 난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 씨는 "여승무원이 거꾸로 서서 천장을 손으로 잡으면서 분주히 다니면서 구명동도 사람들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다친 사람들에게 휴지도 건네줬다"고 했다.

4층에 올라서서 3층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온갖 부유물과 함께 물살에 휩쓸려 이리저리로 요동치고 있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물은 빠르게 차올랐다. 순식간에 4층까지 잠길 위기에 처했다.

이 씨는 4층 난간으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힘에 부쳐 '여기서 이제 죽는 건가'라고 생각할 찰나 위에서 소방호스가 내려왔다.

소방호스를 잡고 올라가려는데 "애를 좀 받아주세요"라는 애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뒤를 돌아 아이를 건네받아 올려줬다. 5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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