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박사
자신이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소비했다고 느낀 손님들은 다시 그 식당을 찾게 된다. 만약 손님들이 푸짐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 '이렇게 팔아도 식당 주인에게 이윤이 남을까?'하고 생각한다면 그 식당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고객이 자신이 지불한 돈보다 더 낮은 가치를 소비했다고 느끼거나 본전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식당은 얼마 가지 않아 문을 닫게 된다. 장사의 기본이자 마케팅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고객이 느끼는 가격 대비 만족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식당은 반드시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써야 하며 재료를 절대 아껴서는 안 된다. 좋은 재료가 음식의 맛을 결정하며 고객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식당을 운영할 때 매출 대비 식재료 원가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메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30~40% 사이가 적정선이다. 하지만 손님이 내는 돈의 50% 정도까지 식재료비로 쓸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료의 양을 줄이거나 좀 더 낮은 질의 식자재를 쓴다면 손님들은 귀신 같이 알아차린다.
원가절감을 위해 조금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쓴다고 해서 고객이 불평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이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객은 귀신처럼 알아차린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해야 할 교훈을 커피 제조사 맥스웰 하우스(Maxwell House)에서 찾을 수 있다.
1953년 6월 말에 닥친 치명적인 기상이변으로 브라질의 커피 농사는 망쳐버렸고 이 때문에 커피 원두의 도매가가 폭등했다. 한 잔에 5센트 하던 커피 값은 10센트로 치솟았다. 폭등하는 커피 수요를 맞추는 데 급급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 제조사 맥스웰 하우스는 원가를 맞추기 위해 질이 좋은 아라비카 원두에다 질이 좀 떨어지는 로부스타 원두를 조금씩 섞기 시작했다. 커피 원두 값이 계속 오를수록 질이 떨어지는 로부스타 원두를 점점 더 넣었는데, 소비자들은 아무런 불평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 맛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맥스웰 하우스 커피를 처음 접한 젊은이들은 맛이 없다고 먹지 않았다. 결국 1964년에 들어서자 커피 매출이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게 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원가절감을 위해 재료를 아끼고 좀 더 싼 재료로 대체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점점 방문횟수가 줄어든다. 손님이 찾지 않는 데는 모두 그럴만한 원인이 있다. 다만 식당 주인만 모를 뿐이다. 손님은 무조건 자신이 지불한 가격보다 훨씬 큰 만족을 느껴야 한다. 손님이 카운터 앞에서 돈을 내면서 식당 주인을 이겼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결국 먹는장사는 손님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이윤을 취하되 많이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한다. 손님들에게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할수록 손님이 줄고 최소한의 이윤만 남기려 할수록 줄을 서는 것이 먹는장사의 아이러니다. 고객을 속이거나 고객을 이기려고 하면 그 식당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상규(외식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