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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문화예술인은 언제나 희생제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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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시론]

 

올여름 열릴 예정이었던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 취소됐습니다. 안산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제작하던 뮤지컬 '더 넥스트페이지'의 일정도 연말까지 미뤄졌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문에 안산시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봄 축제와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습니다. 한강공원 난지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그린플러그드 2014'도, 경기도 양평 강상체육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도 8월로 행사를 연기했습니다. 이문세, 이승철, 이승환, 이정을 비롯해 많은 가수들의 공연 역시 뒤로 미뤄지거나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무대를 취소하는 것만이 애도하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 김광석은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실종자들이 무사하기를 관객들과 함께 기원하며 공연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공연을 본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참사를 예술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한 감광석의 노래와 음성은 지금도 남아서 당시의 충격과 슬픔의 증거물이 되었고, 그 놀라운 치유의 현장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고스란히 차용돼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예술은 정부나 정치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 그들은 묵묵히 가난과 사회적 홀대를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 무한 책임을 져야 마땅한 정치인들은 최근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강제로 취소시켰습니다. 공연장 고양아람누리를 대관해 준 고양문화재단은 행사 개최 하루 전에 일방적 통보로 대관을 취소했고 페스티벌을 준비했던 사람들은 공연 당일인 26일에 리허설까지 마친 무대를 해체시키며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60여 팀의 뮤지션들과 현장의 200여 준비 인력들, 무대 설치와 음향 등의 협력업체와 손꼽아 고대한 관객들까지 따지면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기대는, 고작 공문 한 장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취소 통보 직전인 25일 오전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 백모 씨는 '최성 시장, 세월호 통곡 속에 풍악놀이 웬말인가!'라는 제목 성명서를 냅니다. "음악페스티벌 강행은 분통을 넘어서 안쓰러운 반상식적이고, 반시민적인 폭거"라고 규탄하면서 "세월호 통곡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온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페스티벌과 관련,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의 진심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취소하기도 어려운 4월 25일까지 기다려서 성명서를 낸 이유를 시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쟁자인 현 고양시장 최성의 목을 조르기 위함이고, 축제는 그렇게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그가 속한 정당이 여당인 이 정부에서 보여준, 철저한 무능과 무책임이 원인이었습니다.

참혹한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의 숨통은 마을 굿이 터주었고, 일제의 폭압으로 가슴마다 든 피멍은 악극과 아리랑이 풀어 주었습니다. 전쟁이 나서 대통령은 피신을 하고 한강 다리마저 끊겼지만, 대중가요들은 남아서 울부짖는 국민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필요에 따라 죄인 취급하고 작부 취급하던 권력자들은 과연 누구입니까?

이 비참한 참사 앞에서 누구나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자기와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애도를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똑같은 방법을 강요하고, 그를 따르지 않는다고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자신의 죄를 숨기려는 자들이 자주 선택하는, 시선 회유의 수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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