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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책임 회피에 급급한 청와대에 더 분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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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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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사설]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던 한 실종자 가족이 20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대교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눈물 짓고 있다. 윤창원기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전 청와대로 가겠다며 경찰과 대치했고, 최근에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한심한 재난 대응체계와 지지부진한 수색작업에 현장의 지휘체계를 믿지 못하고 오죽하면 대통령을 직접 만나겠다고 하겠는가?

그런데 세월호 침몰 참사를 대하는 청와대의 인식은 경악할 만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재난의 콘트롤 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니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자신은 국가안보만 관여하지 재난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국가안보실의 역할은 통일, 안보, 정보, 국방의 컨트롤타워라면서 김 실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과연 그런가?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장수 실장이 위기관리센터에서 사고와 구조현황을 파악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관련 상황을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관여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인가? 설사 형식상 재난 관련 사령탑이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있다 해도 대통령을 도와 국정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하는 청와대 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초대형 재난이 닥쳤는데도 청와대가 애써 책임을 회피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디 이 뿐인가?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하니 ‘한 번 도와주소’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앞장서 실종자 수색을 독려하기 보다는 사태의 파장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는 반증이다. 국민의 안전보다는 대통령의 안위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 청와대 제공)

 

이런 청와대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철저한 인재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안전을 최고의 정책기조로 삼은 정부의 수장으로서 먼저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무관한 듯 공무원들에게만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하겠다고 호통치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아냥대는 이유다. 대통령의 호통에 공무원들은 소신을 펴지 못한 채 더욱 움츠려들고, 청와대는 대통령 구하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지 국정의 심판자가 아니다. 국정의 심판자 역할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한 드라마에서 세종 역할을 맡은 탤런트는 이렇게 말한다.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야.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라는 자리다.” 청와대가 지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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