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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국가 재난관리는 ‘잃어버린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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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NSC'처럼 국가위기 관리할 범정부 ‘컨트롤 타워’ 필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윤성호기자

 

정부가 세월호 침몰 참사를 놓고 부처간 엇박자를 내며 난맥상을 드러낸 것을 계기로 국가재난대응체계의 사령탑을 청와대로 다시 귀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 재난관리의 기본적 시스템은 이미 10여년 전에 완성됐지만, 정권 교체시마다 허물고 뜯어내면서 오히려 예전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라는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민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청와대의 안보ㆍ통일ㆍ국방의 컨트롤타워”라며 “이 분(김 실장)은 재난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갈팡질팡한 모습에 사령탑 부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 청와대 스스로가 어처구니 없게도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목청을 높인 셈이다.

민 대변인의 해명은 책임 회피용이란 비판도 받지만 ‘안타깝게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가 재난 및 안전관리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최상위 계획인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보면 안전행정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설치되는 ‘비상시’에는 청와대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다.

반면 ‘평상시’에는 안전행정부의 종합상황실이 전국 광역시ㆍ도와 해양경찰청, 외교통상부 등을 통해 각종 긴급 상황과 해난사고, 해외재난 정보를 취합해 필요시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보고하게 돼 있다.

중앙부처 및 유관기관의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비상시’에 오히려 청와대의 역할이 없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중대본은 세월호 승선 인원을 여러 차례 번복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더니 사고 현장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대신 정부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법에도 없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급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하였다. (청와대 제공)

 

◈ NSC 해체ㆍ매뉴얼 부실 관리…범정부 ‘컨트롤 타워’ 필요

이처럼 청와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이 무너진 건 참여정부에서 확립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능을 해체한 이명박 정부의 탓이 크다.

‘잃어버린 10년’ 청산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는 NSC를 비상설 기구로 바꾸고 사무처를 폐지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사무처가 부활했지만 군사안보 외의 재난대응 기능은 여전히 해당 부처에서 남겨두었다.

아울러 참여정부 때 마련된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도 제대로 계승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안보ㆍ자연재해ㆍ인적재난ㆍ국가핵심기반을 망라하는 33개의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기관 별로 실무 매뉴얼 276권을 마련했고, 나아가 각 재난 상황에 따른 행동 매뉴얼은 전국적으로 2400권에 달했다.

매뉴얼의 핵심은 실제 상황 적용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ㆍ보완에 있다.

참여정부는 위기대응통합훈련 등을 실시해 매뉴얼을 평가하고 보완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6월 만든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을 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위기관리센터가 해양 선박사고를 관리하게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 6년 넘게 NSC가 재난 관리를 맡지 않고 있는데도 이전 정부의 매뉴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난 상황도 안보 위기와 마찬가지로 범정부적 협업과 실시간 상황파악, 강력한 지휘력이 요구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류희인 전 NSC 사무차장 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은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가 다시 청와대, 즉 대통령 밑으로 가야 된다”며 “현행 중대본 체제는 안행부 자체의 전문성 문제는 물론, 막중한 책임과 문제가 뒤따르는 사안에 있어 동일한 장관급을 지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인 조원철 교수는 “각 지자체가 재난 관리 현장 조직을 맡되 국가의 모든 정보와 인적ㆍ물적 자원, 기술을 총동원해서 현장 재난 수습을 돕는 재난 대응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안행부의 안전관리 기능을 쪼개서 소방방재청과 합친 뒤 국무총리실 산하에 ‘처’를 신설하는 식으로 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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