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을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베이징 궈안(중국)의 서포터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진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단체응원과 야유 세례로 빈축을 샀다. 오해원기자
중국 수도 베이징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 베이징 궈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자주 출전할 뿐 아니라 지난해까지 FC서울에서 활약하던 하대성의 이적으로 국내 축구 팬에게는 더욱 익숙한 중국의 프로축구팀이다.
베이징은 서울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F조 6차전을 위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이 경기 전까지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는 서울과 달리 3위 베이징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대규모의 베이징 서포터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을 선보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서울 서포터가 단체 응원을 자제하는 사이 바다 건너 중국에서 넘어온 베이징 서포터들의 함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서울 서포터들이 단체응원 없이 개별적으로 응원하는 가운데 베이징 서포터들은 마치 홈 경기장에서 하듯 응원가를 부르고 선수의 이름을 여럿이 외치는 단체응원을 쉬지 않고 선보였다. 서울 선수들이 베이징의 골문을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어김없이 거센 야유도 쏟았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대국(大國)'이라고 부르는 중국인들이라는 점에서 베이징 서포터의 행동은 아쉬움이 남았다.
때와 장소를 가라지 않는 단체응원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팬들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그라운드 위에 베이징 선수들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경기 내내 서울의 강한 압박에 막힌데다 2골이나 내준 후반 중반부터는 무의미한 중거리 슈팅만 남발하고, 서로 패스도 어긋나는 등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듯한 인상이 역력했다. 심판의 판정마다 불만을 쏟아내며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도 모두 베이징 선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