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상황판. 사진=독자제보
세월호가 침몰 신고 40여 분 전인 ‘8시 10분 미스터리’를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제주해경이 세월호 침몰사고 신고 전인 8시 10분쯤 승선해있던 교사와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안산 단원고에 교사의 연락처를 물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제주해경이 사고 조짐을 미리 감지해놓고도 늑장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21일 제주해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단원고 교사 A씨와 동료교사 B씨,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단원고 A교사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 10분쯤 교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쪽에서는 '제주해경'이라고 신원을 밝히면서 세월호에 승선한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다. "'세월호와 연락이 안돼서 그러니 제주에 도착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는 게 동료교사 B씨가 A교사로부터 들었다는 통화내용이다.
A교사는 승선해있던 한 교사의 번호를 알려줬지만 2~3분 뒤 학교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알려준 교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서 "다른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A교사는 또다른 교사의 연락처를 불러줬다고 한다. B교사는 “(해경이) 사고 조짐을 미리 감지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배에 탄 사람들이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승선한) 선생님의 전화번호만 알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해경과 학교 사이 오간 전화통화 기록은 단원고 사고 현황판에도 ‘08:10 제주 해경→배와 연락 안 됨→학교로 전화연락’이라는 내용으로 남아있다. 사고 현황판에는 또 구조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 강모씨가 당일 오전 8시 50분쯤 학교 측에 상황보고를 한 사실 등이 적혀 있기도 하다.
이를 놓고 세월호 침몰신고 40여분 전부터 제주해경이 사고 가능성을 알고 다급하게 세월호 탑승객과 연락을 취하려 했던 것 아니였냐는 주장이 나온다.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해경에 조난 신고를 접수한 건 오전 8시 55분과 8시 58분쯤이다.
A교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8시 10분쯤 제주해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지만 “경기도교육청에 다 이야기를 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경기도교육청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10분쯤 해경 관계자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단원고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면서 "전화는 학교 측 유선전화로 걸려왔다. ‘배와 연락되지 않는다’는 게 해경이 학교 측에 전달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주해경은 단원고 측과의 통과 사실을 부인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통화를 했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와 관련해 통신기록조회 등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