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국제해사기구(IMO)가 의무화한 선박용 블랙박스를 탑재하지 않아 IMO의 안전 규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세월호는 블랙박스가 없어 배를 인양하고 나서야 사고 당시 선박 내에서 어떤 통신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밝혔다.
IMO은 3천t 이상 여객선은 모두 블랙박스를 갖출 것을 규정했지만 이를 국내 선박에도 적용하는 것은 IMO 협약 가입국의 재량에 달렸다.
한국은 IMO 협약 가입국이지만 6천825톤급 세월호는 인천∼제주 국내 항로를 다니는 배라 이 블랙박스 규제에서 제외됐다.
또 IMO 협약은 차를 싣고 내리는 대형 짐칸을 갖춘 여객선을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으나 세월호는 국내 선박이라는 이유로 이 규제도 적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용 대형 짐칸을 갖춘 여객선은 해당 칸에 물이 들어오면 금세 균형을 잃고 뒤집힐 위험성이 크다. 실제 1994년 발트해에서는 해당 구조의 여객선이 차량용 짐칸 문이 풍랑에 찢기면서 30분 내로 침몰, 800여명이 숨져 IMO 협약 개정의 계기가 됐다.
한편 미국 ABC 방송은 침몰 등 위급 상황에서 선장이 배를 지켜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IMO 법규가 없다고 지적했다.
IMO 협약은 '선장이 배를 탄 사람들의 안전에 항상 책임을 진다'는 일반적 원칙만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일부 국가는 IMO 규제와 별도로 대형 사고 때 배를 버린 선장을 자국법으로 처벌한다.
2012년 1월 좌초한 이탈리아 유람선인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선장은 선박과 승객을 놔두고 먼저 대피한 혐의가 적용돼 이탈리아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선장이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 인명과 배를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 해야 한다'는 선원법 조항(11조)이 있어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해경은 승객들을 두고 먼저 구조선을 탄 혐의 등으로 세월호 선장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2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이후 세계 각지에서 여객선 안전에 대한 개선 작업이 잇따랐지만 세월호 참사는 2년 전 코스타 콩코르디아 사고에서 사람들이 배운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