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지윤이가 할머니에 보낸 마지막 문자 '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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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9분 문자 마지막으로 '실종'…실종자 가족들 '생존자 명단'에 한때 술렁

 

2학년 3반 박지윤(17) 양의 할머니 김옥영(74) 씨는 바싹바싹 타는 입을 생수로 축이며 TV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1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4층 강당.

붉어진 눈시울을 연신 훔치며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김 씨는 손녀 박 양이 보낸 마지막 문자를 보며 기가 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사고가 나기 직전인 16일 오전 8시 30분쯤 손녀에게 '배 내려 버스 탔겠네'라는 문자를 보냈다.

'아직 배'라는 답문을 보낸 박 양은 그로부터 30분 뒤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할머니, 배가 반이 기울어서 다 죽을지도 몰라. 깜깜한데 난간 붙잡고 있어!"

손녀딸의 전화를 받고 믿겨지지 않아 처음에는 "장난인가"생각했다는 김 씨는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박 양은 받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전화가 결렀지만 박 양은 "할머니 끊어!"라고 외치고는 곧 전화가 끊어졌다.

이후 10시 9분 김 씨 휴대전화에 'ㄹ' 한 글자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끝으로 박 양은 실종됐다.

안산 고대병원에서 태어났다는 박 양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김 씨와 함께 자랐다.

맞벌이하는 엄마를 대신해 박 양을 키워온 김 씨는 박 양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고 전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세월호 선장 조사 장면을 보던 김 씨는 "선장이 애들 놔두고 자기 먼저 나가면 돼. 그게 사람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강당에는 김 씨처럼 실종된 학생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단원고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에는 학생들 사이에 '생존자 명단'이라는 리스트가 돌면서 이 소식을 접한 가족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등 술렁이기도 했다.

생존자 명단을 문자로 받았다는 실종자 가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과 가족들이 과도한 취재 열기를 비난하며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학교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구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원고 측은 18일까지였던 휴교령을 연장해 오는 23일까지 임시 휴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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