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건조한 날씨 속에 군부대 훈련 중 발생하는 산불이 끊이지 않으면서 산림당국과 지자체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불씨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워낙 높은데다 군부대는 보통 산림에 인접해 있고 불발탄 폭발 등 위험도 뒤따라 진화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57분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임야에서 발생한 화재.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산불은 인근 군부대에서 오전 중 실시한 사격 훈련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불은 임야 330㎡를 태우고 1시간 20분 만에 꺼졌지만,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은 불발탄 폭발 등의 위험으로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소방당국과 지자체 관계자들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화재 현장 인근에 대기한 채 군부대 병력과 헬기가 동원돼 산불을 겨우 진압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오전 중 인근 군부대에서 실시한 사격 훈련 도중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군부대 사격 훈련이라는 특수성과 혹시 모를 폭발 위험성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무려 25시간 동안 이어지며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의 애를 태웠던 보령시 웅천읍 통달산 산불도 인근 군부대 포 사격 훈련 도중 튄 불티가 원인이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발생한 산불은 인근 공군부대에서 포 사격을 한 뒤 불발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불티가 바람을 타고 갈대밭으로 옮겨붙으면서 발생했고 갈대밭 등 8ha를 태웠다.
불이 나자 산림당국은 헬기 11대와 11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고 25시간 만에 꺼졌다 살아났다를 반복하는 불씨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의 한 군부대 사격장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도 예산과 보령 산불과 마찬가지.
이날 오후 4시 35분쯤 포항시 남구 장기면 군부대 사격장에서 개인화기 사격 훈련 도중 유탄이 인근 산으로 발생한 산불은 2시간 만에 겨우 불길이 잡혔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은 헬기 4대와 군인 등을 투입해 진화해 나섰지만, 불이 난 곳이 군부대 인근이어서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발탄 등이 폭발할 위험 때문에 헬기로 진화작업을 나섰던 산림당국은 산불 확산에 대비해 전 공무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기도 했다.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군부대 사격장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잦은 불티가 원인.
또 군부대 사격장 표적지 주변 자체가 수목은 거의 없고 산림적 가치가 없는 갈대로 이뤄져 산불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게 산림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군부대 사격장의 특성상 불발탄 등 위험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격장 인근이나 안에서 불이 났을 때 진화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산림당국 관계자는 덧붙였다.
사격 훈련 등을 하는 군부대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
대부분 군부대가 사격 훈련 시마다 기상상황을 살피고 진화인력을 항시 대기 시켜 놓는다는 게 한 군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최대한 조심하는 것은 맞지만, 불티라는 것이 바람을 타면 군 입장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며 “그렇다고 전투력에 필요한 사격 훈련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부분 군부대가 가급적 오전 중에 훈련을 마치는 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 지자체는 봄철 산불 비상근무 기간에는 가급적 사격 훈련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각 군부대에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