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 자료사진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서천호(53) 국가정보원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서 2차장이 사표를 제출한 직후 사표를 수리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는 지난달 발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증거조작 사건 수사발표 직후 국정원 2차장이 사퇴한데 대해 적지 않이 놀라는 분위기다. 많은 사람들이 남재준 국정원장의 진퇴 여부에 관심이 컸지만 국정원 2차장의 사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때문에 서천호 2차장의 사퇴는 '남재준 방패막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팀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남재준 국정원장과 국정원 2차장은 대공수사팀이 위조에 관여한 사실을 보고받은 바도 없고 전혀 몰랐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어떤 소환조사나 서면조사도 받지 않았다.
검찰은 최고 윗선인 두 사람을 조사할 만큼 관련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서천호 2차장이 돌연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대개 기관의 수장이 조직내 범죄행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상명하복의 기강을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은 정치적 책임 또한 '꼬리자르기식'으로 아랫사람에게 미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공수사국장 등 국정원 간부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국정원 협력자에게 서류 위조비용을 지불 결재하고도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따라 국정원의 몸통들은 모두 책임에서 비켜가고 실무자 깃털들만 사법처리됐다는 비아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는 "남재준 원장의 교체는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많았다.
정보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핵심의 중요축인 남재준 국정원장을 크게 신뢰하는데다 국정원내에서도 남원장에 대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점에서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 체제 이후 정보기관 위상과 권위가 다시 확대됐고 이로인해 직원들도 밖에서
국정원의 파워를 실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파워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정원은 수사 진행과정에서 소환에 불응하는 등 '버티기와 부인 전략'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돌출적 언론플레이를 통해 수시로 국면전환을 꾀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는 그때마다 장벽에 부딪쳐야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팀이 증거조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국정원의 비협조적인 조사태도때문에 그 장벽을 넘기 어려웠다"며 "국정원 같은 거대 정보집단의 일탈행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검찰 희생을 전제로 한 강제적 수사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