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브리들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최고사령관 겸 유럽 주둔 미군사령관이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동유럽 국가들에 미군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브리들러브 사령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나토 회의 이후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미국을 포함해 어떤 국가의 개입도 배제하지(write off)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동단 동맹국들을 안심시킬 육상·해상·공중에서의 패키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다음 주까지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對) 러시아 최전선에 자리한 나토 회원국들에 미군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국가의 참여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재차 답했다.
나토 28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의 안전보장 방안을 15일까지 제시하라고 브리들러브 사령관에게 요청했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상호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하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통상적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서방은 러시아가 군대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브리들러브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에 주둔한 러시아군 병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명령이 내려오면 12시간 이내에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 정부의 목적은 확실하지 않다고 전제했다.
브리들러브 사령관 측은 러시아군 전투기와 전투용 헬리콥터, 기갑부대, 포병부대, 공수부대나 특수부대로 추정되는 여단 등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에 배치된 모습을 담은 상업위성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을 검토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더스먼도 이들이 훈련이 아닌 "전투준비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