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백령도, 삼척,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항공기. (국방부 제공)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에서 잇따라 북한 무인기가 발견됨에 따라 우리 군이 허겁지겁 저고도레이다 도입을 비롯해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6일 전군지휘관회의를 열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존 전력으로 감시, 탐지, 식별 및 타격에 이르기까지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단기 및 중기적으로 방공망을 공격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합동참모본부 역시 "현존 전력을 이용하여 소형무인기에 대한 방호대책을 강구하고, 동시에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감시수단과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비를 최단시간내 전력화 하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요약하면 이번 대책은 큰 틀에서 ▲현존 전력을 이용한 대비태세 강화 ▲ 신형 저고도 레이다와 대공화기 도입 등 방공망 강화, 이 두가지로 나뉜다.
◈ 그동안 못잡은 소형 무인기, 현존 전력으로 어떻게?현존 전력을 이용한 대비태세 강화의 첫번째 방안에는 현재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이동형 레이다인 TPS-830K를 국가 주요시설 등에 추가배치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TPS-830K의 경우 저고도로 접근해 오는 소형의 무인기를 감시하는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다 추가배치를 위해서는 역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
그밖에 열상감시장비(TOD)와 다기능관측경 등 감시장비를 보강하는 동시에 경계근무를 서는 장병들의 육안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손꼽힌다.
하지만 이미 우리 군이 TOD와 다기능관측경을 사용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형 무인기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가 있다.
또, 육안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의 경우 소형 무인기가 300m 이상 상승할 경우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병들의 피로도만 높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현존 전력으로는 북한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기 어렵다는게 증명됐는데 왜 이런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단 이런 대책을 발표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신형 저고도 레이더 도입, 비용은 어떻게?북한 소형 무인기 발견 이후 가장 먼저 논의된 대책 가운데 하나가 소형 무인기도 탐지할 수 있는 신형 저고도 레이더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 라다와 영국 플렉스텍의 신형 저고도 레이더를 구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제품의 탐지거리는 각각 10㎞와 1∼2㎞ 정도다.
그런데 당장 이들 레이더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합참 소요결정→방추위 의결→입찰공고→심사→계약→양산→제품 인도' 순의 절차를 고려하면 최소 1~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 기간 전력공백이 예상된다.
여기다, 고.중고도 레이더에 비해 탐지거리가 훨씬 짧은 저고도 레이더를 청와대는 물론 접경지대, 그리고 주요 군부대와 관공서 등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이들 레이다가 한국의 산악지형에 적합한지 검증된 바가 없고, 북한이 계속해서 무인기를 소형화할 경우에는 이들 신형 저고도 레이더도로도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자칫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
◈ 저고도 레이더로 무인기 탐지해도 식별.타격이 문제
설사 군 당국이 해외에서 신형 저고도 레이더를 도입한 뒤 실전배치해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식별.타격하는 문제가 남는다.
저고도 레이더의 경우 소형 물체까지 잡아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작은 새떼나 산악도로 위의 자동차 등도 함께 잡아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해군 구축함에 장착된 레이더의 성능이 좋다보니 적의 함정을 잡아내는 동시에 파도까지 탐지하기 때문에 이를 식별하는데 애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함께 소형 무인기를 성공적으로 탐지.식별하더라도 이를 타격하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기존 벌컨포는 물론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유도탄 탑재 복합대공화기, 그리고 '스카이실드 35 어헤드'를 비롯한 수입 대공화기 등이 타격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해안이나 산간에서는 이들 무기가 유효할지 모르지만 서울 등 도심에서 이들 화기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파편에 의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파리 잡으려고 대검을 휘두르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