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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김밥으로 하루 매출 '5백만원'…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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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이 만난 장사의 神]

 

맛은 주관적인 것이니 이해하시고 넘어 가시기 바란다. 누군가 내게 대한민국 최고의 찜요리 전문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찰나의 고민도 없이 광주 첨단지구에 있는 '해담'이라고 대답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전남대 외식산업 사관학교 이은상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큰둥 했다. 뭐 해물찜이 거기서 거기지 뭐! 전국에 그 맛있다는 찜을 다 섭렵했던 나로서는 큰 기대가 없었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가게 입구로 들어서면 커다란 정자가 손님들을 반긴다. 이 정자를 빙둘러 방이 자리잡고 있는데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의 뒷 창호를 열면 또 연회실이 나온다.

'괜히 인테리어만 '으리땅땅'하게 만든거 아니야?'하는 까칠한 마음가짐으로 자리에 앉았다.

서빙을 하는 홀 직원에게 물으니 이 집의 대표 점심 메뉴인 알탕을 먹으러 인근의 연구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 그리고 나주 등지에서 오는 손님들이 200여 명된단다.

회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손님들이 돌아가기 때문에 11시면 벌써 화구에 뚝배기를 올리고 전투태세로 돌입한단다. '8,000원짜리 알탕이 200인분 정도 나가면 점심에만 150~160만원의 매상을 올린다는 소리인데…' 머리 속에 숫자를 입력시키고 간단한 암산을 하는 사이 테이블에 알탕이 올랐다.

버글버글 거친 숨을 토해내는 알탕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보통 잘한다는 일식집에서 알탕을 시켜도 동태알이 서너 덩어리 떠 있는 '멀건 국' 같은 모양새를 갖추기 십상인데 이 집 탕은 정말 '탕' 스럽다. 아니 죽에 가깝다.

한 숟가락 떠올려 입김을 호호 부는데 구수한 향이 코를 간질인다. 알탕에서 느끼는 걸쭉함이라니. 세상에. 근데 알이 심상치 않다. 퍼석해야 마땅하거늘 식감이 차지다. 쫀득하게 씹히는 알이 수상해 물으니 동태알이 아니고 호키알(메로알)이란다.

동태알 보다 몇배는 비싼 호키알을 넣었으니 맛이 풍성해질 수 밖에… 알 덩어리를 혀 위에 올려놓고 좌우로 서너 번 굴리는데 혀에 척하니 감긴다. 경계심이 누그러진다.

이어서 메로찜과 알찜이 차례로 상에 오른다. 두셋이 갔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양이지만 다행히 먹성 좋은 세 아들과 동행했기에 호기를 부리듯 두 종류의 찜을 주문할 수 있었다.

이미 누그러진 경계심 덕분인지 수수한 모양새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푸짐하게 보이려고 양념에 콩나물을 설렁설렁 무쳐내는 여느 집들보다 볶아진 상태가 좋아 안심이 된다. 메로 덩어리를 젓가락으로 잘라 속살을 확인한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게 역시 메로답다. 입안으로 옮겨 넣는데 스르르 눈이 감긴다. 푸짐한 양과 착한 가격이 겸비된 음식을 만나면 눈이 동그래지지만 제대로 된 요리를 입속에 넣으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이다.

살 덩어리를 씹을 틈이 없다. 혀 위에 올린 메로 살을 입천장에 대고 살살 문지르니 크림치즈처럼 녹아내린다. 어디 콩나물의 상태를 좀 확인해볼까나? 센 불에 볶아낸 터라 숨이 좀 죽긴했지만 사각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이야~ 메로찜 대박이네. 얘들아 이거 좀 먹어봐"

선심을 쓰듯 메로 접시를 내밀며 알찜 접시를 내 앞으로 옮기려는데 눈치 빠른 큰 아들이 선수를 친다.

"아빠, 앞접시 주세요. 덜어드릴게요" 우리집 식탐 전쟁은 늘 이런식이다.

알탕에 들어있는 알보다 찜 속에 들어앉은 녀석이 더 큼직해서 마음에 든다. 양념이 알 사이사이에 배어들어 훨씬 더 묵직해보인다.

이번에는 콩나물을 알에 감싸기로 했다. 애써 숟가락을 받치며 크게 한 젓가락 입으로 밀어넣는다. 아~ 다 때려치우고 알찜 장사나 한번 해볼까? 때마침 사장이 방으로 들어오며 묻는다.

"괜찮으세요? 입에 맞으실라나 모르겄네"

'해담'의 대표는 말 그대로 '충청도 촌놈'티가 팍팍 난다. 사투리도 그렇고 재료에 대한 열정도 그렇고… 약게 구는 법이 없다. 어느 호텔 출신이냐고 물으니 자신은 원래 김밥집 사장이었단다.

지금부터 장사의 천재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독자 여러분은 귀를 쫑긋 세우시고 들어주시기 바란다.

1,000원 김밥으로 하루 매출 500만원을 올렸던 전남지역 김밥의 신!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메모하는 것도 잠시 잊었다. 싸구려 김밥이지만 제일 비싼 쌀을 썼단다. 한 끼 때우려는 손님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면 다시 찾아주지 않으니 아내와 상의를 한 후, 최고의 쌀로 바꿨다고 한다.

쌀이야 그럴 수 있겠지! 어떻게 그런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냐는 질문에 날아온 두 번째 노하우는 단무지.

편하게 업소용 단무지를 사다가 쓸 수도 있었지만 그는 직접 무를 양념했다. 일반 김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각거림과 달쪼롬함이 그에게는 무기가 되었다.

손님들은 이유도 없이 몰려들었다. 최고의 쌀로 지은 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요사이 김밥집들은 참기름의 원가가 너무 올라 일반 식용유로 대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접 제조한 수제 단무지와 큼직한 계란 지단을 넣고 김밥을 말았다. 그의 노하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회에서 야유회를 갈 때는 자르지 않은 통김밥을 2,000줄 ~ 3,000줄 정도 주문하는데 시금치를 넣으니 쉬 상하고, 한 입 베어 물면 이 녀석이 줄줄 따라나와 영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금치 대신 오이를 넣었는데 요녀석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손님의 줄은 늘어만 갔고, 재료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지자 이기진 대표는 기계를 수배하기 시작한다.

서울 구로동까지 찾아가 오이 자르는 자동 기계를 사고, 또 그렇게 햄을 균일하게 잘라내는 기계를 구입했다. 점점 속도가 붙자 쇄도하는 주문량도 맞추게 되었는데 기계 속의 칼날과 칼이 문제였다.

하루에도 몇 박스나 되는 '기름기 있는 햄'을 자르다 보니 동물성 지방이 칼날에 묻어 쉬 무뎌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소주 공장.

식용 주정이 지방을 녹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내고 그는 또 막무가내로 찾아갔다. 뻑뻑한 기계에 윤활유를 치듯 식용주정을 사용해 햄 자르는 기계 속의 칼날을 닦아냈다. 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비뚤빼뚤 이가 나가던 햄이 한석봉 선생의 어머니가 자른 떡살마냥 가지런하게 뽑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그 노하우를 혼자만 꿍치지 않았다. 체인 본부에 이 사실을 알렸고, 그 뒤 거의 모든 가맹점에서 식용 주정을 활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였다. 자리를 뜨려는데 그가 사무라이처럼 칼 이야기를 꺼낸다.

제대로 된 김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노하우가 더 필요한데 그게 칼이란다. 4~5 줄의 김밥을 한 번에 자르면서 터득한 감각이 칼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도마와의 마찰이 심하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칼을 갈았다. 못 쓰게 된 칼과 도마가 한 트럭 정도는 버려졌고 그래서 고심 끝에 칼과 도마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제 칼은 강도가 좋아 오래 쓰기는 하는데 날을 세우기에는 젬병이고, 독일제가 그나마 쇠가 물러서 칼날이 잘 선다는 결론까지 도출했다. 그 뒤는 도마. 약한 도마는 잘 잘리기는 하는데 톱밥처럼 칼날 끝에 도마의 찌끄러기가 묻어 인체에 좋지 않고, 세라믹은 위생적이지만 강도가 세 칼날을 잡아먹는단다.

그는 그렇게 연구하며 김밥을 팔아치웠고, 지금은 해물찜과 알탕으로 영역을 넓혀 손님들의 지갑을 털어내고 있다. 1,000원 김밥 메뉴가 50,000원 해물찜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데는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나 터득할 수 있는 노하우라면 값어치가 떨어지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공이라면 존경받을 수 없다. 그래서 장사의 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p.s. 이 정도 열정이 있으세요? 지치지 않고 연구하고 또 연구할 자신이 있으세요? 그럼 당장 뛰어나가 장사를 시작하세요. 노점도 좋고, 포장마차도 좋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팬이 되어 지원사격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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