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침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 내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고 객차 일부가 전소됐다. 천만다행으로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구지하철 참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사건이었다.
출근길 지하철 객실화재, 순식간에 불 번져이날 불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지하철 7호선, 온수 방면으로 달리던 전동차 안에서 발생했다.
오전 7시 11분쯤 가리봉역을 출발한 제7017호 열차가 다음 역인 철산역에 진입하기 전 1, 2분 사이에 맨 뒤에서 두 번째 칸인 7번 객차에서 처음 불이 났다.
화재 발생 사실을 먼저 안 7번 객차에 있던 승객 10여명과 인접한 6번, 8번 열차의 승객들이 먼저 철산역에서 열차에서 내려 대피했다.
다음 역인 광명역에서 나머지 1, 2, 3, 4, 5번 객차의 승객들이 모두 내렸고 역무원들이 나서서 1차 화재진압을 벌였다.
이후 사고 전동차는 천왕역을 무정차 통과해 종점인 온수역에 도착했고 불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소방대에 의해 최초 화재 발생 1시간 40여분만에 완전 진화됐다.
이날 불로 전동차 객차 두 칸이 완전히 불에 탔고, 또 다른 한 칸이 반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심각한 인명피해는 없어…3시간 넘게 지하철 중단출근 시간대 달리는 전동차에서 발생한 화재라 자칫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천만 다행으로 전동차가 시 외곽 지역으로 접어들어 종점을 향하고 있던 터라 승객들이 많지 않았고, 불길도 빨리 번지지 않아 큰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처음 불이 났던 7번째 객차 안에 있던 윤모(66)씨가 머리카락에 옮겨 붙은 불을 끄려다 오른손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심각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날 전동차 화재로 지하철 7호선 신풍역에서 온수역 구간 상하행 전동차 紵敾?3시간 넘게 전면 중단됐다.
이 때문에 경기도 광명과 철산 지역으로 출근하는 시민들과 7호선을 이용해 시 외곽에서 시내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새해 첫 출근길부터 큰 불편을 겪었다.
50대 신원미상 남자 방화로 추정화재 당시 전동차 안에 있던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방화로 추정된다.
앞서 손에 화상을 입은 윤모씨는 "가리봉역에서 승차한 50대 남자가 우유팩에 있는 액체를 신문지에 뿌리는 것을 보고난 후 잔시 깜박 졸았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남자가 신문지와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이용해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목격자들을 상대로 인상착의를 파악하는 등 현재 종적을 감춘 이 50대 남자의 행방을 ?고 있다.
인명피해 없지만 대구지하철 참사 교훈 까맣게 잊어무엇보다 인명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큰 문제는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도 있다.
무엇보다 최초 화재가 전동차가 철산역에 진입하기 전에 발생했는데도 기관사는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철산역을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또 도시철도공사 측 역시 화재가 전동차 내부가 아니라 철산역 승강장에서 발생한 줄로 알고만 있었다.
해당 기관사와 공사 측은 다음 역인 광명사거리 역에 진입할 때 쯤에야 전동차 내부에서 불이 난 것을 알고 급히 승객들을 광명사거리역에서 모두 하차시켰다.
만일 화재가 철산역에서 광명사거리를 가는 사이 급속히 전체 차량으로 번졌다면 또 다시 참혹한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국, 내장재 불연소재 완전교체 호언장담 "예산이 없어서" 광명사거리역에서 1차 화재 진압을 벌였지만 전동차가 종점인 온수역으로 오는 사이 다시 불길이 번져 객차 세 칸이 거의 전소되는 피해가 났다. 이유는 사고 전동차의 내장재가 불에 타기 쉬운 소재여서 숨어있던 불씨가 다시 화재로 번졌기 때문.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관계 당국은 "스테인리스스틸로 객차 의자를 제작하는 등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 소재로 바꾸겠다"고 말했지만 예산 문제로 이 조치가 아직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사고가 난 7호선을 비롯한 도시철도공사 소속 5~8호선의 불연내장재 교체율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5~8호선 전체 1,564량 가운데 현재 436량의 교체를 마쳤다"고 말했다.
또 구형 전동차는 객차 내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를 검지하는 화재검지장치가 없어 만일의 경우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예산 문제로 안전 조치를 미루다가는 언제든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오늘 전동차 화재 사고는 새삼 일깨우고 있다.
CBS사회부 이희진기자 heeji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