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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산업에서 주부매춘까지, IMF가 남긴 우울한 사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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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11월 21일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와 미셸 깡드쉬 IMF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정부가 IMF 구제 금융을 요청했음을 공식화한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 사회는 미증유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부터 10년…CBS와 데일리노컷뉴스는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지나간 10년이 담긴 명암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10년을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오늘부터 13회에 걸쳐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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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색깔은 회색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남은 잿빛이다. 외환위기는 우선 가정을 불태웠다.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고 노모를 버리고 아버지를 죽이고... 당시 신문과 방송에는 이런 가정 파괴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소개됐다.

우선 가정폭력이 증가했다. 당시 신문을 보면 우리나라 부부 가운데 34.1%가 1년에 적어도 한차례 이상의 부부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IMF 파고가 최고조에 이르던 98년 7월에 가정폭력방지법이 발효된 것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캬바레로 상징되는 불륜도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갈 곳 없는 실직자들이 캬바레에서 시간을 때우며 작업을 벌이다가 이 것이 직업으로 삼는 남성들이 있었다. 비정상적인 것에 흥미를 느끼게 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주부매춘도 심심치 않게 적발됐다.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팔았다는 주부부터 간난아이 분유 값을 위해 밤에 집을 나선다는 새댁까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생활비도 없는 판에 놀이방에 보낼 돈이 없는 부모 특히 편부모가 아이들을 잠시 보육원에 맡겨뒀다가 발길을 끊는 방식이었다.

당시 한 보육원에서는 수용된 어린이의 75%가 부모가 있는 ''고아 아닌 고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식을 고아로 만드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심장도 염치도 없는 부모가 늘었던 것이다. 치매에 걸린 나이든 어머니나 아버지를 버리는 것은 이에 비하면 대수롭지도 않은 사건이었다.

가정이 흔들리면서 이혼이 늘고 이혼이 늘면서 이혼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도 생겨나 곧 호황을 누렸다.

통계청 조사 결과 정 씨와 같은 경제적 이유에 따른 이혼 건수는 97년 전체 이혼 건수 중 4.2%에서 2000년 21.9%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경제적 이유에 따른 이혼은 전체 이혼의 15% 수준을 유지했다. 이혼 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벤트 업체나 재혼업체가 들어섰고 이혼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과 웹진 등도 선보였다.

사회가 요동친 탓에 각종 신종 범죄도 나타났다. 눈에 띄는 범죄로는 금모으기 운동을 틈타 장물처분이 쉬운 금붙이 털기가 신문지 사회면을 장식했다.

전 직장 상사를 찾아가 폭행한 실직자나 알루미늄으로 된 다리 난간을 뜯어간 절도범 얘기, 전깃줄을 끊어간 비범한 사내, 대문을 뜯어간 대범한 도둑, 모금함을 털어 간 비정한 범인들도 이목을 끌었다. 공공건물에 비치된 두루마리 휴지도 인기가 많았다.

모 백화점에서는 IMF 한파로 손님이 줄었지만 화장실 화장지 소모량은 1/6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이 밖에 높아진 자살률과 스트레스, 약물 남용 등도 당시의 우울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도움말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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