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물품의 도난, 파손 등 이사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사업체들은 직원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소비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포장이사를 한 강 모(48) 씨는 이사 과정에서 귀금속과 현금 등 3천여만 원어치의 금품을 잃어 버렸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당시 이사를 맡았던 이삿짐 센터 직원 김 모(28) 씨가 포장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장롱에 들어있던 귀금속 등을 슬쩍 호주머니에 넣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사를 맡았던 H이삿짐 센터는 "김 씨가 정규 직원이 아니라 일용직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상해 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H 이삿짐 센터 성남지점장은 "물건을 훔친 사람한테 물어달라고 해야 된다"라며 더 이상 답답한 소리를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지점장은 "이사하기 전에 귀중품을 잘 챙기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도리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인천 연수구의 주부 김 모(34) 씨도 최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300만 원을 주고 산 냉장고가 파손돼 사용할 수 없게 돼버렸다.
이사 업체는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다결 국 ''''파손된 물품은 중고가의 50%를 보상해준다"는 약관을 내밀며 고작 10만 원을 물어줬을 뿐이다.
김 씨는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소송을 할 수도 없고, 업체와 다투는데 지쳐서 그냥 10만 원이라도 받은 거"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이삿짐 관련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번거러운 소송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사실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용직 노동자들이 고용돼 이사작업을 하는 경우는 신원 파악조차 쉽지 않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소개한 주부 김 씨가 이사를 맡겼던 Y업체의 경우,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사 접수를 받으면 각 지역의 중소업체에게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청을 받은 지역의 업체는 또 다수의 일용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이사를 진행시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사가 끝나고 난 뒤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해결에 나서면 당장 누가 이삿짐을 옮겼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삿짐 센터에서 일용직 인부를 데려다 쓰니까 당시에 일한 사람이 누군지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정확한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절도 등이 발생하면 휴대폰 번호로 추적을 거듭해 겨우 신원을 확인하는데, 설사 피의자를 붙잡더라도 피해 보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삿짐 업체에서 일용직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딱히 손 쓸 방도가 없는 것이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세부적인 계약서와 물품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이사업체에 책임을 지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세부목록이나 품목의 상태까지 체크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가 많다" 고 설명했다.
운송업을 관할하고 있는 건설교통부도 이사업체의 횡포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는 두 명 이상의 정규직원 보유 등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이사업을 허가해 주고 있지만 구체적인 분쟁 해결은 당사자들의 몫이란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허가를 내주는데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것이지 일용직을 쓰라 마라 하는 것까지 법으로 규제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억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소액재판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사업체의 횡포에 애꿎은 피해를 당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사업체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체계적인 관계 규정과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