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회전 목마가 돌아가는 날까지 무료 행사는 계속될 것이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옆 민락수변공원에서 놀이공원인 미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규 사장, 평일 한적한 놀이공원을 갖은 괴성으로 채우고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지난달 30일은 김 사장이 가정의 달인 5월 한 달 동안 부산지역의 보호시설 아동들을 위해 놀이공원을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4년째 지킨 날이 됐다. 매년 부산지역의 14개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약 1천명의 어린이들이 미월드를 다녀갔다.
롤러코스터와 바이킹,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려오는 후룸라이드, 해발 103.5 미터의 대관람차…놀이공원에 데려다 줄 엄마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놀이기구들이 그야말로 일 년 최고의 선물이다.
그 대신 시설 어린이들은 부활절에는 계란을, 크리스마스에는 멋진 트리를 만들어 미월드에 선물한다. 미월드가 만성적자와 부도위기 등의 경영난 속에서도 4년동안 무료이용 사업을 하도록 지탱해 온 버팀목이다.
도시계획 혼선, 개장 초부터 경영난2004년 4월 개장한 놀이공원인 미월드는 개장 전부터 풍파를 만났다. 부산시가 미월드가 들어설 광안리 민락수변공원 주변 매립지에 당초 저층 관광,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내준 것. 그것도 미월드가 92년부터 도시계획사업으로 유원지 설립을 추진하던 도중 내려진 결정이었다.
87년 김 사장이 미월드 부지를 사들이면서부터 공원에 각종 꽃나무를 심으며 길러왔던 꿈, 바로 놀이공원과 함께 정화된 바닷물을 끌어들여 부산의 캐리비안 베이(워터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월드 동쪽에는 개장 몇 개월 전 이미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500여 세대가 들어섰다. 여기에 이어 정면에는 10층짜리 상가건물들이 들어차면서 미월드 앞에서 바다가 넘실댔던 풍경은 사라졌다. 대신 미월드의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는 아파트의 민원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용객에게 괴성 방지용(?) 마스크를 씌워보는 등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주민들의 민원이 법원소송으로 이어지면서 미월드는 결국 2005년 12월 법원에 의해 개장시간이 제한됐고 인기 놀이기구들도 이용객들의 고성을 이유로 운행시간에 제한이 가해졌다.
결국 손님이 뚝 끊겼고 지난해 부도위기까지 겪었다. 매달 평균 적자가 1억씩 쌓이고 있는 형편. 워터파크까지 계산에 넣어 만든 수 백 억 짜리 전기설비와 기계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돌아왔다. 치명적인 과잉투자를 한 셈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운영하던 식당도, 대연회장도 문을 닫았고, 2백명 넘었던 직원도 50명으로 줄였다.
미월드
"지금 상태론 2년 버티기도 힘들어"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월드 동쪽에 이어 이제는 바로 코앞 서쪽의 매립지 부지에도 25층짜리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계획돼 빠르면 올해 안에 공사에 들어간다. 미월드가 이들 아파트 숲에 둘러싸이면 소음민원도 더 늘어나 놀이공원 운영을 접어야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상태로는 놀이공원이 2년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자체 계산도 나온다.
이런 미월드의 사연을 접수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지난 2005년 말 부산시에 대체 시유지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주라는 권고를 했다. 갑작스런 도시계획 변경으로 미월드가 피해를 봤다는 점을 인정한 것. 부산시는 현재 미월드 측이 놀이공원을 닫는 대신 그 자리에서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방편을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성규 사장은 "이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한다. 미월드 주변의 개발이 모두 끝날때까지는 놀이공원을 계속 운영하고, 그 뒤에 사업방향을 어디로 틀 것인지 정하겠다는 것이다.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날까지는 시설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이용 행사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마지막으로 갈 길 바쁜 기자의 소매를 붙들고 굳이 미월드 옥상으로 갔다.
"바로 저깁니다." 그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만 ''부산판 캐리비안 베이'' 예정부지를 가리켰다. "저쪽이 1단 그 아래가 2단으로 인공폭포까지 이어진다..." 그가 계획하고 있던 워터파크의 개념설명이 이어졌다. 마음을 비웠다던 김 사장은 20년 세월을 바쳤던 그의 꿈만은 머릿 속에서 비우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