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서울 원묵초등학교 학부모 추락사고 이후 소방당국이 굴절사다리차를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에 빠졌다. 활용도는 낮은데 값은 비싸고 제작업체가 부도나 수리도 제때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굴절사다리차 두 대를 가지고 있는 서울시내의 한 일선 소방서는 18m와 27m 짜리 굴절 사다리차를 각각 한 대씩 가지고 있지만 지난해 1월부터 오늘까지 17개월 동안 이 굴절차를 이용해 구조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같은 기간 이 소방서에서 구조한 인원이 120여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구조장비인 굴절 사다리차의 활용도가 높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12m나 되는 차체 길이 때문에 복잡한 화재 현장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다리를 펼치기 위해서 보조다리를 펴야하는 등 준비 작업만 5분여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활용도는 낮지만 수요가 적은 특수 장비이다 보니 가격은 3억원이 넘는다. 화재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펌프차, 물탱크차 등 진압용 소방차보다 세 배나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소방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사시 꼭 필요하긴 하지만 평소의 활용도가 워낙 낮다보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을 노후화된 굴절사다리차 교체에 쓰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굴절차 활용도가 낮다. 많이 쓰는 구급차하고 안 쓰는 굴절차하고 똑같이 노후화 되면 구급차를 바꿀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굴절사다리차들이 내구연한을 넘겨도 그냥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방재청은 굴절사다리차 내구연한을 12년으로 정해뒀지만 전국의 굴절사다리차 5대중 1대는 12년을 넘겨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후화된 사다리차들에 대한 고장수리와 정비도 문제다. 특수 소방차량에 대한 수요가 적은데다 가격위주 입찰방식을 택하다보니 제작업체들이 쉽게 망해 수리와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원묵초등학교에서 사고를 일으킨 굴절차 생산 업체도 지난해 도산해 버렸고 그 뒤 사다리 부분에 대한 수리는 한 차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굴절사다리차 사고 이후 안전불감증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구조적으로 특수소방차량들이 노후화되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한 사고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