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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떠나는 노숙자들 벼랑이 아닌 새삶 앞에 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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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30일 밤 11시, 부산역은 적막에 빠졌다.

3층 개찰구와 개찰구 옆 매표소, 그리고 승객 출구를 제외한 모든 공간이 새벽 4시까지 폐쇄되면서 많게는 150명이 넘었던 부산역 노숙인들이 대부분 빠져 나간 것.

지난 2월 28일 심야시간 부산역 3층 대합실 일부를 폐쇄한 조치에 이은, 이른바 ''노숙자 출입제한 2단계 조치''가 이날 시작됐다.



1단계 조치가 실시되면서 3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든 노숙인들은 이날 2단계 조치로 대부분 부산역을 떠났다.

그 동안 인권시비를 우려해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던 철도공사 부산지사는 이번 조치가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고 내친 김에 오는 7월에는 ''''노숙자 없는 부산역''''을 선포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역에 섰던 무료급식소도 2단계 조치 당일부터는 부산진역으로 장소를 옮겨 천막을 쳤다. 임시 천막은 낮에는 무료급식소로 밤에는 임시 잠자리로 제공된다.

무료급식소가 옮겨간다는 소식을 대부분 전해들은 탓에 노숙인들은 부산역을 떠나 부산진역으로 모여들었다. 부산역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 대부분 노숙인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노숙인은 "십 년이 넘게 부산역에서 노숙을 했다"며 "그 동안 정이 들어 당분간 떠나기가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옆에 있던 다른 노숙인도 "부산역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TV를 시청할 수도 있는데다 집회도 심심찮게 벌어져 눈요깃거리가 많은데 부산진역은 좁고 단조롭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일부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이번 조치가 자활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자신을 임(58)씨라고 밝힌 노숙인은 "그 동안 부산역에서 제지를 했는데도 일부 노숙인들이 행패를 부리고 구걸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다 자업자득"이라고 긴 한숨을 뽑았다. 그리고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젊은 노숙인들이 부산역을 떠나 부산인근의 기숙사 공장에라도 취직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며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

부산역을 떠난 노숙인들은 일부는 동대구역과 서울역 등지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서면역 등 부산 지하철 역사와 인근 공원 등지로 흩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숙인들이 부산역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자, 노동부는 부산역 인근에 있는 노숙인상담지원센터에 노숙인취업지원센터를 개소해 상담을 통한 맞춤형 일자리 제공에 나섰다.

또 부산시도 노숙인 대책을 발표하고 일단 부산역을 떠난 노숙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응급 잠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부산시는 응급잠자리를 설치할 땅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부산역 인근에 백여 명이 넘는 응급잠자리 시설을 마련할 대형부지가 많지 않고, 부지를 선정하려 해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부산역 출입제한 조치를 흩어진 노숙인들이 자활기관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숙인상담지원센터 안정옥 센터장은 ''''이번 계기로 흩어진 노숙자들을 찾아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도록 발빠르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최선책이 안 되면 차선책이라도 빨리 내놔야 한다'''' 고 강조했다.

부산역의 노숙자 출입제한 조치가 풍선효과에 그치지 않고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복지기관의 발빠른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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