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외환카드를 사용 중인 회사원 이모씨(43)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다른 은행계좌로 설정돼 있던 카드 결제계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환은행 계좌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씨는 외환은행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서 외환은행에 계좌를 새로 만든 것이 떠올랐다. 체크카드 결제계좌는 반드시 해당 은행의 계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SC제일은행 계좌로 돼 있던 기존 신용카드의 결제계좌까지 이씨의 동의도 없이 외환은행의 체크카드 계좌로 옮겨진 것이다. 이씨는 "SC제일은행과 거래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임의로 결제계좌를 바꾸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신용카드 고객들의 결제계좌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고객의 동의없이 결제계좌를 바꾸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체크카드와 외환 신용카드 결제계좌는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체크카드 결제는 반드시 해당은행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씨처럼 다른 은행 결제계좌를 가진 고객이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기존 신용카드의 결제계좌까지 자동적으로 외환은행 계좌로 바뀌게 된다.
우리은행도 고객이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때 신청양식에 별도 체크를 하지 않으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결제계좌가 합쳐지도록 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 시스템상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분리할 수 없다"며 "고객에게 반드시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고지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외환은행 직원에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면서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체크카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씨티카드 고객인 한모씨(44)는 얼마전 물품을 구입한 백화점에서 ''''신용카드 결제계좌에 잔액이 없다''''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확인해보니 카드 결제계좌가 외환은행에서 씨티은행으로 바뀌어 있었다. 씨티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했더니 카드결제계좌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씨티은행 측은 "담당 직원의 개인적인 실수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씨는 "은행 측이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제계좌를 바꾸는 바람에 카드대금이 연체될 뻔 했다"며 "은행들의 지나친 실적 경쟁으로 고객의 결제계좌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