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그동안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증설을 위해 경기도 이천시와 충청북도 청주시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온 가운데 최근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논리와 수도권정비계획법, 수질환경보전법 등 법적인 문제를 들어 1차 공장증설 지역을 청주시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충북도와 청주시는 청주공장 증설예정지에 대한 측량을 실시하는 등 공장증설을 위한 실무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공장증설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이천시민들의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천시민들은 공장증설 유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 지금 경기도 이천은…
기자가 찾은 지난 13일 이천지역 거리 곳곳에는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천시민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주민들은 하이닉스를 향토기업으로 키워왔고 이제 하이닉스를 떠나서는 이천경제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하이닉스는 이천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장증설 불허 방침에 울분을 토로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 김 모(44) 씨는 "(이천이) 청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운데도 공장증설을 청주에 모두 뺏길 처지에 몰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이천상공회의소에서는 하이닉스 공장증설 유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하이닉스 증설쟁취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 이광희(45) 투쟁본부장은 "이천시민들은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유치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각종 궐기대회와 시위를 벌여왔으며, 앞으로도 정부청사 앞 1인시위와 촛불집회, 규제백서 발간, 정부기관 항의방문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경기도 ·이천시민 "정부 방침 납득 못해"정부가 이천지역에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증설을 불허한 법적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수질환경보전법이 그것이다.
먼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경우 산자부 소관법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27조의2)에 공장부지 증설이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대상 이라는 것과 건교부 소관법 ''자연보존권역 내 6만 제곱미터 이상의 공업용지 조성 금지''라는 조항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천시는 "법률검토 결과 이 조항들이 이천에 공장증설을 하는데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천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반도체 공장의 구리배출 문제이다.
정부는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되는 구리가 수질환경보전법 등에 저촉될 뿐 아니라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했다.
그러나 이천시와 경기도는 독성이 없어서 외국에서도 관리를 하지 않는 구리배출을 정부가 공장증설 불가의 이유로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구리가 인체필수 영양물질로 과다복용을 하더라도 모두 인체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외국의 경우 특정 유해물질 배출을 우려해 산업체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한 사례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 1차 청주공장 증설이 확정된 청주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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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장증설이 확정된 청주에서는 하이닉스 반도체가 공장 증설 예정지에 대한 측량을 실시하기로 하고 오는 4월 공장 기공식을 갖기로 하는 등 공장증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닉스는 1차 공장 증설 예정지인 청주산업단지 삼익 부지의 측량을 위해 청주시에 개방을 요청하고 다음달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는 삼익부지의 채권문제가 해결될 경우 1차 공장 증설 부지를 매입해 즉시 공장을 착공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하이닉스가 직접 부지를 매입하는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용수관과 배수지 확대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특히 청주시는 하이닉스 지원팀을 구성해 하이닉스 타운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공단 조성에 따른 행정적, 법적 절차 등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 하이닉스 갈등, 해결책은?
이천시민들은 설령 1차 증설공장이 청주로 가더라도 2, 3차 공장은 반드시 이천지역으로 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하이닉스 공장증설이 청주로 완전히 넘어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 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와 이천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밀도와 지방세 세입, 5인 이상 사업체수, 4년제 대학, 하수도 보급률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이천시는 청주시보다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2, 3차 공장 가운데 최소 한 개 정도를 이천에 증설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2, 3차 공장증설지역을 모두 청주로 할 경우 타 산업체 유치 허용 등 이천경제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이천시민들은 ''이천시 비대위''를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증설 문제. 그 해법을 찾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