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HAS란개인만이 잘 먹고 잘 사는 개념을 넘어 후세의 건강과 행복한 삶까지 고려한 사회적 웰빙이랍니다.
''''잘먹고 잘 사는 법''''이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다. ''''웰빙''''이라는 단어만 붙어도 장사가 되는 웰빙 열풍이 2년전부터 사회를 휩쓸더니 최근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된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로하스란 건강과 지속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생활 태도나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개인이 건강과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지구와 환경을 먼저 고려한다는 특성 때문에 자신만을 위한 소비행태를 보이는 웰빙보다 한 차원 높은 ''''사회적 웰빙''''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급격한 환경오염속 사회적 대안으로 부상한 로하스족의 생활을 광주 문흥동의 한 가정을 통해 들여다 본다.
■ 편리함 버리면 모두가 행복3년전부터 바꿔…슬로 푸드는 기본
환경과 미래 고려 ''''공동체 삶'''' 추구
◆건강과 환경이 최우선광주 문흥동 24평짜리 일신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박형숙(42)씨.
남편과 고3, 중1, 2살배기 딸아이 등 다섯 식구가 살고 있는 박씨의 집은 외견상으로 여느 집과 다른 게 없다. 두살배기 딸 아이를 포함 5명의 식구가 사는 집답게 각종 살림살이가 아파트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박씨는 물론 가족 전체가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
먼저 식탁에 오르는 채소는 모두 무공해 유기농산물이다. 튀김요리는 없다. 고3, 중1 딸 아이들이 있음에도 패스트푸드 점을 가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고구마 감자 토마토 등 채소와 곡류로 만든 ''''슬로푸드''''를 먹는다. 주방세제나 빨래 세제, 샴푸 모두 친환경 제품이다. 2년여 전 태어난 ''''늦둥이''''로 태어난 딸 아이는 모유로 키웠으며 젖을 뗀 후 유기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을 먹였다. 기저귀도 1회용이 아닌 천을 이용한다.
이 뿐만 아니다.
대형 할인마트를 좀체 가지 않는다. 대형할인매장에 가면 필요 이상의 물건을 묶음으로 팔고 있어 자칫 낭비하기 십상이기 때문. 꼭 필요한 공산품을 살 때만 찾는다. 대신 미리 짜둔 식단으로 인근 유기농매장을 이용해 1주일치 먹을 것을 준비한다.
박씨가 로하스족이 된 건 3년 전부터. 가족 건강을 위해 웰빙을 추구하다 점차 환경에도 관심이 가면서 이기적인 웰빙족에서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로하스족으로 탈바꿈했다.
로하스 삶을 시작하자 매일 천 기저귀를 손으로 빨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뒤따랐다. 당시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이들의 불평도 있었다.
박씨는 ''''로하스족을 택하다 보니 그동안 편리함때문에 하나씩 장만했던 ''''문명의 이기''''들을 하나씩 포기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잔병치레 한번 없는 아이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하스족이 되려면''''유기농 식단과 친환경적 생활은 돈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본인과 가족의 의지에 달려 있어요.''''
로하스족도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씨는 이렇게 답하며 로하스족의 자세를 공개했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은 비싼 건 사실입니다. 이는 유기농 생산자가 온 몸을 던져서 생산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충분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비싸다고 외면하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죠. 친환경적인 생활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라고.
박씨는 또 로하스족의 생활원칙도 밝혔다.
박씨는 ''''우선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을 버려야 해요. 천 기저귀를 빨때 여간 번거롭지 않지만 하나하나 손이 익고 가족 건강과 환경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라며 활짝 웃는다.
글=김명식·사진=임정옥기자
■ 친환경 합리적 소비 생협이 로하스 원조
로하스란 개념은 2000년 미국 마케팅 전문가들에 의해 처음으로 정립됐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기 시작, 기업이나 유통업계에서는 로하스란 포장으로 각종 제품을 내놓고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은 물론 에너지 효율이 높거나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자제품, 천연 건강식품, 대체 의약품, 화장품, 각종 세제, 옷, 가구, 장식재 등 구색이 매우 다양하다.
웰빙족과 로하스족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싱크대에 방울방울 부풀어 오른 세제 거품을 바라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느냐다. ''''세제 찌꺼기 남아 내 입으로 들어가면 어쩌나''''까지만 걱정되면 웰빙족이고, 그 걱정이 ''''저 거품이 수질 오염의 주범일 텐데''''로 확장되면 로하스족이라는 것.
용어 자체는 외국에서 만들어졌을지라도 국내에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중심으로 로하스족이 뿌리를 내려 왔다.
1980년대 초반 생협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유기농 먹거리나 친환경 생활용품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출발, 2005년 기준으로 140여개 생협에 회원 30만명에 이를만큼 크게 성장했다.
일부 생협은 농수축산품과 과자류, 라면류에서 치약, 칫솔, 화장지, 수건, 생리대, 피자, 소시지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취급하는 매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계절마다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판매 품목은 대략 2천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생협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한살림''''이다. 20여년전 서울지역서 태동한 원조격이다. 광주에는 80년대 중반 잠깐 활동하다 2년전에 재탄생했다. 현재 회원은 900여세대.
한살림은 ''''사람들끼리 협동하고 사람과 자연이 협력함으로써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 문화를 일구어 나가며, 조합원 스스로 만들고 이용하며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다.
찬찬히 생각하면 한국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토착적이고 자생적인 로하스족이 활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생협이 로하스의 원조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