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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결혼식이 ''장난''이었다면 뉴스도 ''장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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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검증없이 첫 기사화, 쿠키뉴스 ''지하철 결혼식 감동''→''사실 아니다'' 가세

지하철

 

''''졸업작품 루머'' 사실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단독] ''지하철 결혼식''은 상황극"

한 고아 커플이 지하철에서 감동 결혼식을 올렸다는 보도가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상황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초적인 검증조차 거치지 않는 무분별한 보도 태도가 언론 스스로를 다시 한번 세간의 도마에 올려놓고 있다.

''지하철 감동 결혼식''이 본격적으로 보도된 것은 14일 오후 4시경.

연합뉴스는 `지하철 결혼식'' 영상 인터넷서 화제''라는 제하의 기사와 함께 네티즌이 촬영한 동영상을 연합TV를 통해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이같은 동영상은 각 포탈사이트에서 순식간에 톱기사로 배치되면서 감동받은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가짜 결혼식의 파급력이 처음 확대, 재생산되는 단초를 연합뉴스가 제공한 것이다.

이어 국민일보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쿠키뉴스''도 이날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한 젊은 남녀가 ''''도깨비 결혼식''''을 올린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그가 올린 동영상은 달리는 지하철 5호선에서 승객들을 하객으로 모시고 결혼식을 올린 남녀의 애틋한 모습이 담겨 있다"고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에서 쿠키뉴스는 "해프닝이 아니냐는 의견과 결혼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견이 빗발쳤다"며 "지하철 결혼식을 올린 이들의 신상과 진상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의 첫보도를 시작으로 쿠키뉴스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이 기사에는 무려 1만 2천 여건의 댓글이 달리는등 수많은 네티즌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와 관련 네티즌들은 한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통해 "이 결혼을 무시하지 마십시요. 형식이 아닌 진정한 마음을 울리는 이보다 더 정식 결혼이 어디 있느냐"며 이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3천여개의 댓글이 달린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호랑이''라는 네티즌이 "올해 들은 소식중에 가장 따뜻한 소식입니다. 두 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사시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들에 확산돼면서 온-오프라인의 각 언론사들이 앞을 다투며 기사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아름다운 지하철 도깨비 결혼식'' 인터넷 감동의 눈물바다>(쿠키뉴스), <''지하철 결혼식'' 영상 인터넷서 화제>(연합뉴스, 이상 14일), <고아로 자란 신랑 "예식장 빌릴 돈 없어…"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화제>(조선일보) <''지하철 도깨비 결혼식 커플, 신혼여행 보내자!'' 잇단 도움 손길> (쿠키뉴스) <가난한 고아 커플 눈물의 지하철 결혼> (중앙일보) <네티즌 울린 ''지하철 결혼식''…가난한 연인, 승객들 하객삼아 예식> (국민일보) ▲ ''지하철 결혼식'' 주인공 아시는 분~(KBS TV) " 등의 ''검증없는'' 추가 보도가 이어졌다.

지하철

 

일단 ''지하철 결혼식''이 세간의 화제에 오르자 ''상식 이상의'' 내용임에도 이같은 기사에 대해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것.

''쿠키뉴스''는 15일 ''무료 웨딩 촬영 등 성금 속속 답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 웨딩 포털 사이트로부터 "쿠키뉴스의 보도를 통해 이들의 사연을 읽고 가슴이 무척 아팠다. 무료 웨딩 촬영 서비스와 예식홀 대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 "일부 네티즌 들도 아름다운 커플에게 성금 보내게 싶다는 뜻을 기자에게 전해왔다"고 후속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뉴스 도매상''을 자부하는 국가 기간 통신사 연합뉴스조차 ''복잡한'' 사실 확인 절차는 뒤로 미루고, ''결혼'' 당사자들 대신 촬영자와 접촉해 "아마 연출된 장면이었으면 승객들이 처음부터 호응을 해주지는 않았을 것…너무 진실되기에 연출된 장면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보도했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 포탈사이트가 그대로 기사를 받아 전재하는 연합뉴스는 당사자에 대한 확인작업이 필수적이었는데도 언론의 기본인 ''사실 확인'' 작업이 미흡해 ''가짜 결혼식''파장을 더 크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15일 ''지하철 감동 결혼식''이 애초 호서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준비한 ''게릴라 연극''인 것으로 밝혀지자 언론의 태도가 바뀌었다.

당사자 어머니의 제보로 사건의 가짜 결혼식의 사실관계를 뒤늦게 접한 쿠키뉴스는 ''(단독)'' 보도라고 밝힌 ''지하철 결혼식은 호서대 연극학도의 상황극''이란 기사를 통해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쿠키뉴스는 이 ''연극''을 직접 연출한 연극과 신 모(25)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씨와의 인터뷰는 이날 새벽 2시30분부터 2시간 30여분 동안 호서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며 "마치 수배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지하철 결혼 연출장면 아닐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사를 썼던 연합뉴스는 16일 오후 뒤늦게 "지하철 결혼식은 연극"…`허탈''(종합2보) 기사를 통해 첫 보도에 대한 잘잘못 여부는 밝히지 않은채 "허위로 감정자극 잘못" 비난 쇄도…"잠시나마 따뜻한 마음 되찾아줘" 옹호도 라는 부제로 사태의 본질 흐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숭실대학교 김사승 교수(언론홍보학과)는 "''지하철 감동 결혼식'' 기사의 경우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많은 인터넷 뉴스들이 속보에 매몰되면서 이같이 우스꽝스런 오보를 낼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다"며 "언론이 좀 더 본령에 충실해 저널리즘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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