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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른들'…착취만 있고 교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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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요구하죠: 노동교육①]"근로계약서 못 쓰고,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누구도 제 권리 알려준 적 없어요"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청소년 모두 앞으로 50년 동안은 노동자로서 땀 흘려 일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대학에 들어가면, 직장에 취업하면 알아서 배운다'고만 말할까? 우리는 지금껏 '노동 인권'이라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채 사회에 나서왔다. CBS노컷뉴스는 노동 조기 교육이 없는 현 교육의 문제와 대안을 탐색해본다.[편집자 주]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 하는 건지 몰랐는데, 나중에 그만둘 때 '넌 계약서도 안 썼으니 돈 못 준다'고…"

방학 때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반고 인문계열 학생 김 모(19) 양은 이 일로 고용노동부 문턱까지 넘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그동안 일한 일당을 요구한 김 양에게 업주가 "계약서 안 쓴 네 잘못"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민원까지 넣었지만, 화장실 갔다 온 시간 10분, 쉬는 시간 20분을 빼고 계산하는 등 업주 마음대로 정해진 일당은 턱없이 적었다. 항의하는 김 양에게 돌아온 반응은 "어린 학생이 이 정도 받고 끝내면 됐지, 돈에 미쳤나"라는 황당한 말 뿐이었다.

김 양의 문제는 몰라서 당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부모님에게서도 아르바이트생이 어떤 권리를 갖는지 배운 적 없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처럼 시키는 대로 일 하다가 주인이 그만두고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게 아르바이트인 줄로만 알았다.

그렇다면 일반고와 달리 재학 중에 정식 취업을 하는 특성화고에서는 좀 더 나은 노동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까?

특성화고 3학년 때 홍보 회사에 취업했던 이 모(18) 양. 그런데 미성년자였던 이 양에게 상사들은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며 술자리를 강권했다.

이 양은 직장 문화에 힘겨움을 느꼈지만, 상담이나 조언을 구할 교사는 없었다. 모든 게 회사에 적응을 못하는 자기 탓인 줄로만 알았다. 학교에서는 '중도 퇴사하면 학교 위신이 떨어지니, 그만두려거든 졸업하고 그만두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해 퇴사하고 학교로 돌아온 친구는 징계를 받았다.

대학 대신 취업을 우선시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조차 이들을 준비시키지 않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근로 청소년 늘지만, 노동 교육 전무… "청소년은 성인보다 훨씬 교육 효과 높아"

근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유니온과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은 아르바이트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고용노동부가 청소년 고용 사업장 946개소를 조사한 결과 무려 85% 이상이 임금 체불,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중고교 청소년 노동 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지난 1월 개최한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방안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청소년은 전체의 4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2012년 시중 중고교 사회 교과서 62권을 전수 조사한 결과, '노동'을 다룬 내용은 전체 분량의 채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약 50여 년 동안 임금노동자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노동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청년유니온의 김정우 정책위원은 "나이 먹으면 다 알게 되겠지 라면서 막연하게 지내다가, 20대가 넘어도 여전히 휴가 쓰는 법이나 퇴직금 계산법을 몰라 상담을 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관련 전문가를 찾아와서 상담하는 경우는 나은 케이스다. 뭔가 잘못됐고 부당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이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다. 예컨대 성희롱을 당하거나 수당 없는 야간 근무 지시를 받을 때 정당하게 항의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것.

'노동 감수성'을 길러주는 노동 인권 조기 교육의 필요성은 그래서 나온다.

특히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송태수 고용노동연구원 교수는 지난해 전국 청소년 5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노동 가치 및 인권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2배 증가했으나, 만족도는 5.5%로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즉 노동 인권 교육에 대한 청소년들의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학교 교육이 그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입시만 강조하는 한국 교육이 그동안 줄곧 노동 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무시해왔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일선 학교들은 '아르바이트 내용을 왜 가르치느냐'는 태도를 보인다"면서 "청소년 노동은 갈수록 늘어 가는데, 교육부도 노동부도 전향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소년은 자기 권리에 대한 첫 인지라는 '충격파'에 성인보다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면서 "근로기준법 조문 하나를 설명해주면, 새벽에도 전화를 걸어 더 궁금한 게 있다고 자세히 물어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처럼 같은 교육을 받더라도 성인이 된 뒤에 받는 것보다 청소년기에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특정 세대가 집단적으로 자기 권리를 지키는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루트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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