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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한 수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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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칼럼]

사진=청와대 제공

 

“독일은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서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우리 언론은 일제히 일본의 퇴행적 역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맞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주변국들과 자국에 말로 다할 수 없는 물적 피해와 인적 고통을 안긴 데 대한 성찰과 실천이다. 같은 추축국으로서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나라들에 막대한 고통을 준 일본. 그 정치지도자들의 과거사 인식 및 행태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독일 정치지도자들의 반만 따라가도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북핵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 등에 관한 한·미·일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고, 한·일 간 전향적 관계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각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요구할 자격이 과연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되돌아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이래 우리나라의 집권세력 역시 지나친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손상하고 인권을 억압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과 우상화 운동이 노골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한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강압적 수사와 위조된 증거로 간첩을 만들어낸다. 청와대는 말 안 듣는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혼외아들 의혹을 캐고, 불법적인 뒷조사를 연출한다.

그런가 하면, ‘통일 대박론’을 간판으로 내걸고 북한을 압박한다. 교류와 화해, 협력을 통한 통일과 통합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몰락과 붕괴를 통한 흡수 통일을 겨냥하고 있는 듯하다. 베를린 장벽은 일시에 무너졌지만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서독은 30년간 동독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리는 북한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내부적으로는 종북 좌파몰이가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도 과거에 발목잡혀, 미래로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더구나 통일 대박은 어림도 없다.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통일이 되면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된다. 그 전 다른 삶을 산 사람들에게 개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한 수 배우러 독일에 간 박근혜 대통령. 과연 무엇을 배우고 돌아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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