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함지훈이 서울 SK 최부경을 앞에 두고 전방으로 패스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27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서울 SK를 상대로 울산 모비스가 펼친 속공 장면.
양동근이 질풍같은 드리블로 치고나가 골밑을 향해 달리는 함지훈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함지훈은 손에 공이 닿자마자 공을 떠나보냈다. 감각적인 '터치 패스'는 놀란 SK 선수들을 뒤로 한 채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향했다. 라틀리프는 여유있게 슛을 성공시켰다.
모비스의 파워포워드(Power Forward, PF) 함지훈은 '동급 최강'의 패스 능력을 자랑한다. 정규리그에서 10개 구단 전체 포워드 중 가장 많은 평균 3.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이포스트에서 골밑으로 보내는 침투 패스나 골밑에서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가 모두 정확하며 타이밍도 좋은 편이다. 시야 역시 포인트가드 못지않다. 공격을 해야 할 때 패스를 생각하며 주춤하다 유재학 감독에게 종종 혼나기도 한다.
골밑을 지키는 장신선수가 출중한 패스 능력을 가졌다. 이는 팀에게 대단한 무기가 된다. 이날 3차전에서도 그 위력이 발휘됐다.
함지훈은 좌우 45도 지역을 부지런히 오가며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라틀리프와 로드 벤슨에게 꾸준히 공격 기회를 연결했다. 좁은 공간에서 정확한 방향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주는 일은 보통 가드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SK가 3-2 지역방어를 내세운 3쿼터에는 오른쪽 윙에서 공을 잡고 있다가 중앙으로 컷인하는 천대현에게 패스를 연결, 완벽한 레이업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모비스는 이번 정규시즌에서 함지훈이 5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15경기에서 12승3패를 기록했다.
모비스의 필승 공식은 3차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함지훈은 14점 6리바운드에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내내 근소하게 앞서가던 모비스는 SK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67-62로 승리했다.
함지훈은 양동근을 비롯한 가드들을 제치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다. 물론, 모비스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함지훈의 손끝 감각은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을 발했다. 함지훈이 기록한 스틸 4개는 SK 공격의 흐름을 끊는 데 도움이 됐다.
양동근이 5반칙으로 빠진 4쿼터 막판에는 함지훈이 공을 잡고 시간을 보내는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