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의 의미는요...'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는 소치올림픽 눈물의 진짜 의미는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성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소치올림픽에서 위기의 한국 쇼트트랙을 구한 심석희(17, 세화여고).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한 바퀴 '전율 스퍼트'로 중국을 제치고 쇼트트랙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아픔도 있었다. 심석희는 계주 경기 3일 전 열린 1500m 개인전에서 막판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우양(중국)의 노련함에 밀려 기대했던 금메달을 놓쳤다. 올림픽을 앞둔 10번의 월드컵에서 무려 9번이나 우승한 최강자였던 만큼 의외의 결과였다.
경기 후 심석희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 심석희는 "많은 분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당시 취재 때는 아쉬움과 미안함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눈물에는 숨겨진 다른 의미가 있었다. 바로 하늘에 계신 할머니와 약속 때문이었다. 21일 인터뷰에서 심석희는 당시 눈물의 진짜 의미를 밝혔다.
'할머니, 보고 계시죠?' 심석희가 지난달 18일 소치올림픽 여자 계주 3000m에서 극적인 우승을 이끈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대한체육회)
"할머니께서 암 수술 등으로 많이 편찮으셨는데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하지만 2012-2013시즌 도중 결국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더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죠." 2012-2013시즌은 심석희가 주니어에서 시니어 무대에 막 데뷔를 한 시즌이었다. 당시 심석희는 6차례 월드컵을 싹쓸이했다.
"그런데 가장 기대했던 1500m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어요. 다른 것보다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어릴 때부터 돌봐준 할머니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하지만 결국 3000m 계주에서 약속을 이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심석희는 "그동안 훈련해온 것 등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할머니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고 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4년 뒤 평창올림픽이 남았다. 심석희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계신 할머니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오늘도 얼음판을 힘차게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