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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키우는 대학교육부터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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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미국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젊은이들의 상황도 우리와 비슷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으니 일단 대학, 대학원에 등록해 계속 다닌다. 우리와 달리 졸업이 쉽지 않으니 학위 취득이 목적도 아니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일찍 하는 편이라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 그걸 생활비로 돌려쓰며 버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받아 용도 외로 쓰는 항목은 집세, 교통비, 잡비 등인데 비교육 항목이 절반 이상 될 거라는 추측이다.

◈ 미국 학자금 대출, 언 발에 오줌 누기

과거 미국 대학생들은 민간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학생들의 대출보증을 서줬다. 그러다 4년 전 민간 업체에서 빌리는 과정에서 보증 수수료 떼이고 어쩌고 비용이 들어가니 그 비용을 아껴 학자금 대출 규모를 늘리자고 정부가 직접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연방 정부 대출은 웬만하면 학생에 대한 신용조사를 하지 않고 저금리로 돈을 내주니 많이들 이용한다. 미 연방 교육국 통계로는 지난 1993년에 대학생의 45%가 융자를 받았는데 지금은 95% 수준이라고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채무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1990년대로 들어서기 전에는 신용카드 대출과 자동차 구입대출이 학자금 대출보다 많았다. 이제는 학자금 대출이 많고 증가 속도도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다. 연방 학자금 대출 잔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민간 학자금 대출까지 더하면 1조2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규모다.

그러나 빌릴 때는 쉽지만 갚을 때는 어렵다. 연방정부 학자금 융자인 다이렉트론(Direct Loan)을 대출받은 사람 가운데 39%, 10명 가운데 4명꼴로 돈을 갚지 못한다. 대출자 규모는 2,780만 명, 채무 불이행 상태에 놓인 대출자가 700만 명 정도 될 거로 보고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채의 규모가 커지면서 상환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보통 20년은 걸린다 한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학자금 빚에 쪼들리다 연방상원이 될 무렵에 대출금을 모두 갚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연체율이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못 갚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나아지고 있는데 학자금대출 연체율은 자꾸 높아지고 있다. 석 달 이상 상환을 못해 '심각한 채무 불이행'(seriously delinquent)으로 분류된 경우는 전체의 11.5%. 1,242억달러(약 132조3475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미국 경제와의 연계. 경제 회복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달려 있는데 학자금 대출로 빚이 무거우니 젊은 사람들이 집 사기를 꺼린다. 미국 젊은이들이 집 얻는 걸 미루고 아예 신용카드를 잘라 버리고 자동차 사는 것도 미루는 등 긴축에 들어가고 있다. 이로써 미국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주택담보 대출 시장이 침체되는데도 한 몫하고 있다.

학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기본 배경이다. 경기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니 주정부가 장학금과 보조를 줄이며 긴축에 들어갔고 가정마다 벌이가 시원찮은데 학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집값도 떨어져 담보대출도 힘들어졌다. 대략 추산하건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은 부부가 열심히 벌어 세금 떼고 뭐 떼고 해서 남은 순 소득의 1/3은 학자금 대출 상환에 바쳐야 한다.또한 학자금 채무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택보유율이 36% 낮다.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내 집 마련도 힘들고 주택 모기지 심사할 때 학자금 채무기록을 보면서 상환실적이 시원찮으면 집 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미국 정부의 재정 형편상 대학생 융자금의 이자를 낮추지도 못한다. 계속 올려나갈 판이다. 법으로 10년 국채 금리와 묶어놓아서 국채금리가 오르면 올려야 한다. 이 문제가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처럼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 가난뱅이 만드는 교육, 규제완화 아닌 쇄신이 필요

우리도 캠퍼스푸어 라는 말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학자금 대출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대출금을 못 받는 학생 졸업생이 늘고 있는 건 미국과 마찬가지.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법적 조치를 당한 사람이 2011년 1,012명에 69억 원에서 2012년 1,807명 111억원으로 늘었다.

2011년 2012년 비교이고 2012년을 2009년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늘어난 상황. 그러나 이건 은행대출 받은 사람들 통계일 뿐이다. 저축은행이나 혹시 대부업 대출을 받았다가 고생하는 사람들을 합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것.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우리 젊은이들은 '캠퍼스 푸어'에 스펙 쌓느라고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스펙푸어'까지 이중고를 짊어지고 있다. 미국과 달리 부모가 결혼까지 책임지는 풍토에서 그 부모들도 캠퍼스푸어 에듀푸어이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체제가 가난뱅이를 만들어내는 구조인데 그 구조는 놔둔 채 녹색이 어떻고 창조가 어떻고 하니 답답한 일이다. 강한 구조조정과 대학교육 체제의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대학교육비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미국을 쫓아가게 돼 있다.

대출 금리부터 낮춰야 한다. 지금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데 4%이하이긴 하다. 이건 2009년부터의 일이고 그 전에 주택금융공사에서 정부보증으로 대출한 자금은 7% 안팎으로 높고 고정금리이다. 이 고금리 대출금 규모는 7조7천억원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2014년 3월 현재 잔액은 2조 8천억원) 또 그 때고 지금이고 연체 이자율은 15%~17%. 정부보증이건 장학재단이건 너무 높다.

대학의 개혁도 시급하다. 지방 국공립대 지원을 강화해 수준과 규모를 늘려야 한다. 정원이 많아 북적대더라도 빚지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싶은 사람은 국공립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립은 비싼 등록금을 허가해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비리 투성이에 부실한 사학은 더 과감히 정리해버려야 한다. 규제완화는 혁신과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개혁과 쇄신 없이 규제완화 일변도라면 결국 기득권과 담합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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