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는 기업활동과 투자를 발목잡는 규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는 죄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해당 장관들은 기업인들의 불만에 대해 즉석에서 규제 해소를 약속했다.
◈ "규제 없애달라"..봇물터진 하소연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규제에 대한 불만과 하소연을 작심한 듯 대통령 앞에서 풀어놨다.
한 중소기업인은 한 개의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KS인증 위생안전기준인증, 성능인증 등 비슷한 인증 5개를 받아야 했다"며 "인증 받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인증 간소화를 요청했다.
외식업 관계자는 뷔페 업소에서 5킬로미터 이내 제과점의 당일 제조한 빵만 사용하도록 한 규제를 문제로 들며,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 거리제한은 무의미 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년째 푸드카(이동형 음식판매차량)을 만들어 왔다는 한 중견기업 대표는 영업을 하다보니 법 위반자가 되어있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식품위생법 상 푸드트럭 영업활동 자체가 불법이었고, 자동차관리법으로 일반트럭의 푸드트럭 개조가 불가했다"고 꼬집었다.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설립하려던 한 기업인은 학교정화위원회에서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렸다며 "저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저와 저의 동료들이 유해시설을 공급하는 사람들로 몰리지 않도록 제도를 변경해달라"고 촉구했다.
◈ 장관들 앞다퉈 규제완화 약속..기업인 의견만 듣나 비판도
봇물처럼 터져나온 불만과 하소연에 박근혜 대통령은 시대착오적 규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시대에 안 맞는 (규제와) 또 편견으로 인해서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막고 있다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통령의 서슬 앞에 장관들은 즉석에서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추가적인 인증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푸드카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답변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송구스럽다"며 "전 단계에 걸쳐서 세심하게 보겠다"고 말했고,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지자체의 규제 때문에) 저희도 미치겠다"며, "대통령께서 (지방정부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농담섞인 하소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기업인들의 주장에 대해 장관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연출해, 규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기업이 청와대를 등에 업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규제완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묻고 있다"며 "기업의 규제완화 요구사항이 공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