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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목소리 커지는데 가입자 몫은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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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위원도 친정부 보수단체로 바꿔, 수가 등에 시민 대변 어려워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협상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이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이다.

현재 정부 측에 주로 편향돼 있는 8명의 공익위원 몫 중 절반을 공급자, 즉 의사들이 가져가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총 25명의 전체위원 중 공급자 몫이 최대 4명이 늘어나게 되면 건정심의 권력 축이 움직일 수 있다.

건정심은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부터 의사들과 협상이 결렬된 수가까지 모두 주무르는 막강한 심의, 의결기구이기 때문에 위원 몫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의사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벌써부터 보험료 인상이나 수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의사들 건정심 몫 늘어나는데 시민단체 걱정하는 진짜 이유?

사실 건정심 위원 구성이 지나치게 정부측에 편향돼 있다는 것은 이미 10년 전 감사원에서도 지적한 사항이다. 국회에서도 수년 전부터 꾸준히 개정 논의가 있어왔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공급자 뿐 아니라 가입자 몫도 동수로 두자고 규정하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는 "건정심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여 구성하는 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합의에 일제히 우려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가입자 목소리가 더 약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왜 일까?

이는 현재 건정심 구조에서도 가입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약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위원들 구성을 보면 정부측 거수기나, 의협의 들러리를 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부와 의료단체 사이에 끼어 시민사회단체나 보건의료노조의 목소리는 묻히는 형국이다.

현재 가입자 몫은 총 8명이다. 근로자 대표 2명(한국노총, 민주노총), 사용자 대표 2명(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시민단체(바른사회시민회의), 소비자단체(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농림단체(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자영자단체(한국외식업중앙회)가 각각 들어간다.

그런데 2010년 초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10년간 경실련(경제정의실천연합회)에서 맡아왔던 시민단체 몫을 복지부가 보수 성향인 바른사회시민회의로 바꿔버렸다. 당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가입자 목소리를 줄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경실련은 위원 위촉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 시민 몫 친정부 단체로 바꿔, 출석율도 낮고 정부 거수기 일쑤

2001년도부터 2006년까지 경실련 추천 건정심 위원으로 활동한 신현호 변호사는 "의사측 위원들은 당장 자기 생존이 걸린 문제라서 8명 모두 100% 출석하지만, 가입자 단체는 그만큼 절박하지 않아 출석율도 낮고 전문성이 약한 단체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신 변호사는 "가입자 단체 중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병원협회를 끼고 있고, 민주노총 한국노총도 보건의료노조와 연관이 있어 수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구조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가 기존에 있는 가입자 위원 위촉까지 주무르는 상황에서 의사 목소리만 커지는 것에 시민사회단체나 환자 단체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정부가 가입자 입장을 똑바로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의료계의 요구를 걸러내는 역할을 했었다"며 "가입자 몫이 제대로 확보가 안된 상황에서 의사 목소리만 커지면 국민들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 정부-의협 기싸움 속 가입자 목소리 높여야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구성한다'는 규정을 두고도 벌써부터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공익위원 8명 중 복지부와 기재부 인사 2명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추천 몫 2명은 그대로 가져가려 하는 분위기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공익위원을 몇 명 개편할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추가로 논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협회 입장은 다르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공급자와 가입자를 동수로 둔다는 것은 당연히 8명 중 4명씩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이제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합의문구를 두고도 동상이몽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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