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터키 PKK 지도자 수감 인권침해"

터키 법무장관 "사법 체계 바꾸지 않을 것"

유럽인권재판소가 18일(현지시간) 터키 사법 당국이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을 수감한 것과 관련해 유럽인권조약을 일부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터키 법원이 외잘란에 감형될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한 것은 비인도적 또는 모멸적인 대우를 금지한 유럽인권조약 3조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또 터키 정부에 '가중처벌이 가능한'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이 감형받을 수 있도록 사법제도를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종신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2002년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나 종신형에 형기를 추가하는 제도를 갖춰 감형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석방되지 못할 수 있다.

외잘란 역시 1999년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형제 폐지에 따라 감형 없는 종신형을 복역 중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판결문에서 단테가 쓴 신곡의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구를 인용하고 "감옥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판결에서 법적 근거 없이 처벌받았다는 외잘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키르 보즈다 터키 법무장관은 이 판결과 관련해 외잘란이 감형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보즈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이 새로운 규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터키는 사법 체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잘란은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감형이나 선고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외잘란은 터키의 최대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위해 1978년 PKK 설립을 주도했다. PKK는 1984년부터 무장 항쟁을 시작해 지금까지 4만5천여명이 숨졌으며 PKK는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테러 집단으로 지정됐다.

외잘란은 1999년 케냐 나이로비주재 그리스대사관에 머물다 체포돼 터키로 이송됐으며 이스탄불 남쪽 임라르섬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교도소의 수감자는 외잘란 1명뿐이며 군인 1천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